쪽파/ 박지영
장난이었지
검색창에 내 이름을 쳐본 건
쏟아지는 내 이름들
배우 아나운서 골프선수
생년월일 따져보니
내 이름을 도용한 게 맞아
우주에 하나뿐인 나를 도용했더라구
억울해도 할 수 없지
난 흙에 묻힌 이름없는 파
이름을 바꿔볼까
도사님을 찾아볼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점 하나 콕 찍을 때
나만 아는 나만의 나의 것인 나
양파 실파 대파 골파
사촌동생 부추까지 공감해주더군
그래서 바꿨어 이름을
기념으로 도장까지 팠는데
동사무소 직원이 날 불렀어
헐레벌떡 달려 나오는 개명한 내 이름들
이마가 벌개져서 자리를 떴지
누구도 도용할 수 없는 이름이란 없다는구만
누구도 도용할 수 없는 파생만 있다는구만
아 쪽 팔렸어
그냥 살기로 했어
내 이름은 쪽파
배우도 아나운서도 프로골퍼도 안 부러운
나야 나
김치 담글 때 조심해
나를 도용하면 너희들은 죽는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