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꽃 / 박지영
천지가 개벽한 어느 오월 아침
뿌리에서 잘려나간
근본 없는 족속이 되었습니다
자비 없는 이탈
허공을 머리삼은 맨발
묘한 용액에 담긴 이집트 여왕의 뇌는
찬란했던 회오리를 기억하지만
그녀는 간직할 게 없습니다
방금 피어났을 뿐이니
철없이 나눈 친절이 온 몸을 마르게 합니다
목마르게 합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
벽에 못을 박고 물구나무를 시켰지요
머리 아래 하늘이 닫히고
발가락 위 천정이 기우뚱 댑니다
하늘 위를 기어가는 개미
땅 아래 날고 있는 벌
다정한 친구들은 눈을 감고 다니구요
태어나지 않은 자와
영원히 사는 자의 갈망은 결국 한 뿌리
이도저도 아닌 그녀
거꾸로 매달려 한없이 울고 있습니다
눈물로 젖으면 안 되는 얼굴이기에
마른 울음으로 영원히 울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