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

by 박지영JPY

엔딩 크레딧 / 박지영


모퉁이 바람 까치걸음하는 춘삼월

꽃샘추위 거리

핀 파는 할머니를 만났네

알록달록한 아가들

건져 줄 낚싯대를 기다리고 있었지


한 개에 백 원

백 원짜리 낚싯줄에 걸린 아가들이

꺄르륵 거리고 있었네

유쾌한 햇살 손풍금 타는 소리

아가들 웃으며 따라왔지


갓 잡아 올린 봄이 펄떡거리고

무동 탄 아가들 즐겁기만 하네

(시작은 이제부터란다)

귓속말이 들렸다면 행운이었지


어여쁜 아가들이 산책을 하네

나들이를 가네

가방에 매달려 애인을 만나네


첫 키스 두근대던 여름 사라지고

가을도 겨울도 맥없이 보내버린

허망한 시절


빈손 펴고 거리를 헤매다가

핀 파는 할머니를 만났네

파도에 빛바랜 아가들 졸고 있었지

슬쩍 들어 머리에 꽂아보았지


순간 번쩍이는 영상

5시간 8분짜리 독립영화


스크린에 흐르는

아가들의 늙은 노래를


읽어버렸네


흘러내리는 스쳐간 미련들

오래도록 앉아


읽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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