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흔 / 박지영
가위의 본분은 자르는 것
어젯밤 가위가 다녀갔다
자르면 신날텐데
잘라주면 좋아서 호랑이라도 업을텐데
자르지는 않고 누르기만 하는 멍청한 가위
눌려서 납작해진 영혼 무슨 수로 잘라내나
다시는 찾아오지 말거라
오려거든 거침없이 잘라놓고 가거라
서릿발 호령에
뒷걸음치던 집게다리
한 개 잡았다
식은땀으로 끈적이는 가위다리 붙잡고
비틀어진 옛적 일들 뜯어내느라
온 밤을 꼴딱 지새고 말았구나
시와 에세이를 통해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