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 / 박지영
(여보! 연장통 좀 갖다 줘)
연장통 찾아들고
산 넘고 고개 넘다 하루해가 다 갔습니다
먹줄 곱자 펜치 망치 든 상자
투박한 흙먼지만 바스락 거립니다
(자그마한 집 한 칸이라도 내 손으로 짖고 싶었는데)
(토깽이 같은 내 새끼들 얼마나 이쁜지)
오랜만에 세상구경 나오신 여보
여보는 하하하 웃음만 흘리시고 어디서 노시는지
안 보이십니다
(아! 그림쇠를 깜박 잊고 못 가져왔어요)
동그라미 그리면서 재미지게 살고팠는데
곱자밖에 없어 네모만 그렸더니
모난 생채기가 한창입니다
여보는 허허허 웃으시고 나타날 기미가 없으십니다
여보의 너털웃음이 흰쌀밥처럼 봉긋이 퍼 담기는 마당 멍석
서쪽하늘 구름이 씨름을 하는가
엉기고 성긴 땀이 씨근덕거리고
말술 드신 여보는 어디서 주무시는가 잠꼬대만 흘리십니다
(여보! 각 선 세월 깎아 줄께 정 좀 갖다 줘)
급한 맘에 흘린 땀 채 안 가셨는데
자꾸만 뭘 갖다 달라 떼쓰는 순이 엄마의 여보
갖다 주면 또 어디로 숨어 안 보이시는 그대의 여보
급하게 연장통 받으러 나오다 잊고 돌아가셨는가
개암나무 잎사귀마다 가지런한 잔 톱이
여보 찾아 나서다 이제 그만 돌아가는 길
멍석 둘둘 말아놓은 마당 한 켠에
빨간 치마 파란 저고리 꽃 환하게 피었습니다
연장통 속 가득한 톱니 문 잎사귀 바스락거리고
줄 긋고 두들겨 만든 실타래가
저만치서 내를 이루어 휘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