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에 관한 명상

by 박지영JYP

버킷 리스트에 관한 명상 / 박지영


양동이에 물을 넣고 꽃을 담가요

꽃 파는 여자가 활짝 웃어요

그 여자는 살아있거든요


양동이에 반죽을 넣고 날라요

빵 굽는 남자가 낑낑대요

그 남자는 살아있거든요


양동이에 걸레를 돌려요

번지는 회색물에 아이가 바빠요

그 아이는 살아있거든요


양동이에 bucket을 입히면 소망을 넣은 바구니가 되지요

양동이가 양동이를 입는 것은 영광이지요

고된 삶이 암고양이처럼 뒷걸음치지요

그것은 멋진 일 엉큼한 우리네 속내


중세시대 뒤집혀진 bucket의 의무

교수형 직전에 말이죠

발을 힘차게 굴려서 목숨을 양보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죠


뒤집혀진 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딱 한 가지

삶에게 보내는 마지막 미소


살면서 하고 싶은 것 많았던 당신

마지막 순간까지 뭐 그리 할 일이 많습니다

코딱지보다 작은 우주에서 날아와

코딱지보다 큰 별처럼 군림했던

찬란했던 당신에게

수고했노라 웃어주세요


편지를 쓸래요

쓰린 뒤꿈치가 문지방을 넘나들 때마다

그냥 툭툭 털어버릴래요

수신인은 양동이

미소 묻은 침으로 우표를 붙이면

훌쩍 가벼워지는 양동이 양동이


느긋한 오후가 휘파람처럼 유쾌한

Bucket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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