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격 / 박지영
나는 왜 매일 화가 나는지 고민하다가
웃고 사는 너를 만나 물어보았어
주점에서 만난 너는 내가 술파티를 좋아해서라 하고
서점에서 만난 너는 내가 책 냄새를 좋아해서라 하고
3단 고음 가수의 가성이 천장까지 폭발하더니
비가 되어 주르륵 엉망이 되더라
반쯤 채워놓은 와인 잔에 책 먼지 안주 삼아
허기질 때마다 춤춘다던 너를 생각했어
나도 춤이나 춰 볼까나
와인에 자이브 한 잔 말아 들이켜 볼까나
좋아하면서 그냥 화를 내버릴까나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을 자전거에 태우고
페달을 힘껏 밟아 물 위를 건너보자
물 위를 달려 무인도로 가보자
결별의 아픔 이별의 공포쯤은 광야에 묻고
안 보이면 잊히는 섬으로 가자
섬이 두두둥 바다를 떠돌다가
자전거에 태워온 상실을 보고 물었네
자기는 왜 매일 화가 나는지를
섬도 화가 나는 걸 그때 알았다네
꽃이 피면 지겠거니 꽃이 지면 피겠거니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자꾸나
별이 뜨면 지겠거니 별이 지면 뜨겠거니
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갓 잡아 올린 물고기 한 마리 툭 던져주었지
그제야 알았지
무인도에 발자국이 선명한 이유를
이 시를 다 읽고도 무인도에 발자국이 왜 선명한지 묻는 친구야
그대로 인해 허탈한 마음 참을 수 있는 이유는
무인도에 발자국이 선명하기 때문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