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 / 박지영
물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물이 없다
나무도 그네도 엘리베이터도 없는
H2O 씨족마을
물과 물이 층을 이루어
섞여 사는 숙명을 포기한 그들은 다툼도 없다
이상도 하지
물인데 흐르지 않는다는 게
흐르지 않는데 상하지도 않는다
물에 흠뻑 젖어 목마른
유배된 주민들
일층 물과 백 층 물이 내통을 했나 보다
숙명을 포기한 대가로 불멸을 얻었다
두 개의 수소가 진저리를 치고
한 개의 산소가 멎은 숨을 가다듬는
평화로운 물의 마을
따지지도 삐지지도 않는 안전한
침묵으로
나대면 안 된다
죽음보다 겁나는 영생 때문에
긴 시간 지난 후
돌아갈 본향이 있어 참고 있는
흠뻑 젖어 목 마른
아파트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