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죽 / 박지영
불타는 여름
냉방 잘 된 가게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닭죽을 먹는다
거리는 폭염 속 불붙는 8월
닭죽 속에서
얼어붙은 된 서리 한 가닥
건져 올린다
(이제 좀 살만하다 했더니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빠지는구나)
들릴 듯 말 듯
연습 덜 끝난 꼬맹이 리코더 음처럼
작고 낮게 헐떡이는 목소리
뜨거운 그릇, 앞에 두고 마주 앉아
푸념 꽉 찬 하얀 머리카락을 본다
된서리 여린 서리
인생길 골목마다 서리서리 진서리
젊었던 날에도
젊지 않았던 날에도
서릿발에 추운 맘 싸매고 사셨는데
고개 숙인 가르마에
하얗게 피어난 서리꽃들
너나없이 다투어
떠나가려 하는
엄마의 여름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