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면내시경 / 박지영
외계로 잡혀온 목숨
접힌 무릎 튀어나온 엉덩이 겁먹은 어깨
검은 호수가 박힌다
꿀럭꿀럭 꾸울럭
입속으로 몸속으로 영혼 속으로
명료한 의식이 주는 특별한 선물
주홍빛 동굴
축축하고 윤기 흐르는 잘 생긴 나
좁고 긴 터널을 지나
바닥으로 바닥으로 바닥으로
드디어 도착한 종점
거기까지가 마지막 수렁이기를 제발
밧줄 없이도 죽은 자처럼 메일 수 있구나
주어진 저항이란 기다림 뿐이구나
우툴두툴 속상한 소가지
찰칵찰칵 금속성 소리에 수줍다
벌거벗긴 내 안의 나
표정을 잃었는데
터널 끝 검은 말뚝이 말한다
아프지 말라고
아프게 한 거라고 속삭인다
아프지 말아야 했기에 아팠던 상처에서
새 날이 돋는다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나오는 걸 막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