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그대 / 박지영
새벽 강가에 서면 네가 생각나
젖은 머리 말리며 드러눕던 풀잎들
검은 머리채 늘어뜨린 네게서도
풀향기가 났었지
새벽 강가에 서면 너를 떠올려
황금볕에 하루를 살아내던 풀잎들
참방참방 씻은 발 말리던 네게서도
풀향기가 났었지
새벽 강가에 서면 네가 보고파
푸른 날개 이울고
휘파람 흐려진 지 오래인데
풀향기에 잠겨드는 너
각시붕어들의 사랑 노래
바람 따라 비틀대는 잔물결소리
강가에 터 잡던 철새 이미 떠나고
가버린 너 흔적 없는데
풀처럼 일어서자 다짐하던 목소리
풀처럼 영원하자 불끈 쥐던 손
쑥물들은 비탈길 달려오느라
놓아버린 거울 속의 사람아
강이 뿜어내는 환상 속의 풀꽃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