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by 박지영JYP

피란 / 박지영


떠다니는 섬을 아시나요?

뿌리 박히지 못한 천형

파도를 거스르지 못하고 이사 다니는


충돌이 모의하는 안락 썩어 들어가죠

반란도 소용없는

평화로운 퍼시픽 오션


쓰레기들은 불안한 놀이터에서 배회하고

고래 턱은 노끈의 종이죠

지 않을 사랑의 증표를 얻은 바다거북 등딱지

사랑을 찾고 싶은 바닷새가 길을 잃어 도로 멈추는 곳


보이지 않는데 보이는

없는 데 있어서 주인 노릇하는

흐물대는 냄새가 눈가림에 바쁜 곳


풍요는 날카로운 부메랑이죠

도로 날아와 붉은 거품을 게워내죠

맨몸으로 태평양을 건너는 힘은 세군요

버림받은 상처가 힘이 센 이유


물을 끓여요

뜨거운 물에 녹을 수 있는 것들만 마시기로 해요

녹지 못한 궤양이 대양을 헤엄쳐

내가 마신 찻물에 발을 담글까 봐


걸쭉한 피, 탁한 공기, 그렇고 그런 세상만사, 기대하지 않던 죽음마저도

돌고 돌다 돌아버리는 당연한 순환

가여운 섬이 돌다 돌다 여기로 오면

우리도 돌아버리죠 미쳐버리죠


가방을 챙겨요

도망가야 하거든요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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