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by 박지영JYP

사이다 / 박지영


간밤에 주신 이야기들 빨랫줄에 널어놓았어요

알고는 있지만 주셨으니 성의표시는 해야겠길래

오랜만에 널어보는 빨래가 산더미 같네요

모르는 제게 이리 많은 것들을 챙겨주시다니요

뭉글뭉글 빨래들이 뱉어내는

거품들이 진득진득합니다


빨랫줄에 매달린 당신의 이야기들

비누가루 도로 폴폴 날릴까 봐

맑은 물에 자꾸자꾸 헹구어 널었는데

분가루 뒤집어쓰고

튀어나올까 걱정이에요


​가보지 못한 길, 가볼 수 없었던 길가에 핀 꽃들을

당신은 어찌 알 수 있군요


말 많은 수고가 브로치가 되는군요

휘어지는 책장에 쌓여가는

뒷이야기들


​가을 햇살은 따가운데

어쭙잖은 빨래들이 줄에 매달려

물만 뚝뚝 흘리고 있어요


꼴값 떠는 그대 안의 노스탤지어

안 마르는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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