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by 박지영JYP

잇몸 / 박지영


형제들이 가고 없는 집에

혼자 남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가버리고 없는 습지의 집

대문을 열 때마다 혼자 사는 아이라고

대놓고 킥킥대며 웃는 사람들


외롭지는 않은데 허전한가 보다

허전하진 않은데 썰렁한가 보다

하얀 눈물대신 붉은 눈물이 가끔 흐른다


습지는 둥글고 어둡고 부드럽다

헐렁한 대문 앞에 오도카니 앉았다

이곳에 남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린다

버틸 힘이 약해져 흔들리기도 하지만

쓰러지진 않는다


도망치고 싶던 어느 날


윗집, 아랫집 습지주민이 왔다 갔다

꼬마를 위해 열일 제쳐두고 돕는다는

붉은 도장을 찍었단다

도장은 하루에도 수천번 아니 수만 번

작업장 프레스기처럼 위아래로 찍힌다


따뜻한 그들이 나타났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이빨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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