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by 박지영JYP

픽션 / 박지영


외계인이라 불러주던 남자랑 연애하다가

계산하는 그가 지겨워져 내다 버렸대

버려졌는데도 여자 곁을 맴돌던 남자

다시 시작할 엔진이 꺼져버린 거야

누군가에게 꽂히려면

발가락까지 비워야 하니까

양말을 벗는 일이 맘처럼 쉽지 않아서

때로는 만나지 못하고

때로는 이별도 하지

가지기는 무겁고 남 주기엔 억울한 그런 거 있잖아


역시 여자는 외계인

남자의 엔진에 연료를 부어주었대

친구를 붙여줬다지 뭐야

문제는 그거였어

남자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바지를 벗고 팬티를 벗고 양말마저 벗어던지고

발가락 때까지 친구를 주더래

행복해진 얼굴로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더래

새 사랑에 열광하는 남자의 화끈함

놀란 여자

남자의 변신은 여자의 무지 탓

그를 동정했던 여자는 바보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

처음부터 사랑받지 않았던 여자

사랑이었노라 믿었는데 진짜 아프더라고

여자가 말해주었지


엽전만 한 눈발이 휘날리네

양말 벗은 엽전이 여자를 희롱하네

닭대가리에 환장한 숫여우가 눈밭을 뒹굴던


그해 겨울은 유난히 더웠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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