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해변

by 박지영JYP

뜨거운 해변 / 박지영


악어를 잡으셨군요

누군가의 귀 뜀 아니었음 몰랐을 거예요

물 건너온 이름에 도무지 약하니

머리에 가두기엔 헷갈리는 이름이죠


악어는 고해성사라도 했을런지

대낮에 옷 벗는 거 경범죄잖아요


죄짓고 못 사시잖아요

그래서 입고 입고 또 입고 그러시잖아요

홀딱 벗고 눈감은 얄궂은 악어

제 죄를 알고 갔을지 걱정되네요


가방과 재킷은

산 채로 유언을 남겼다구요

가죽을 남길 수 있어 고마워했다구요

벌금은 누군가 내주셨다구요


부드러운 껍데기와

꼬챙이에 꿰뚫린 똑똑한 뇌

남아있는 의식사이로 손가락 발가락이

지상에 남아 헐떡이고 있어요


벗기려는 자들과 입히려는 자들이 싸우는

이곳은 횡포의 해변

옷을 잃고 수치심에 떨고 있는

이름대신 가죽만 남긴 순수의 지옥


누가 주인인지 모를 해변에서

핏빛 바람만 오락가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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