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앞에서 / 박지영
불길로 뛰어들 때 검은 나비 한 마리 날아왔네
그슬린 냄새
한숨이 호로록 춤을 추고 있었네
춤사위에 넋을 놓고 흔들리고 있었네
짧았던 4월의 봄그늘 아래에
아녀자의 글자로 머물렀던 일
얼마나 아름답고 좋았었는지
남산 아래 마른내 길
꽃 같던 날은 짧았어도
토해놓은 웃음들은 살아있었네
화덕 속에 발을 놓고 손을 놓았네
눈동자를 잃어버렸네
가쁜 숨을 내어 쉬며 날아가버렸네
달빛이 유난히 푸른 밤
이가 시려 씹다가 삼키다가 도로 뱉었네
아궁이에 뛰어든 난설헌의 글자들이
나비 되어 어지러이 울고만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