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밝고 긍정적이고 항상 신이 나있는 사람으로 보지만, 누구나 그렇듯 나는 그렇지 않은 모습도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애인을 만날 때 혹시 나의 깊은 두려움을 알게 되더라도 ‘그것 또한 사랑해 줄게 ‘를 뱉을 수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잠깐 스쳤던 인연 중에 내 밝은 모습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밝은 겉모습을 보고 다가와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은 사랑해 줄 수 없다니 참 억울했다. 나는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는데 날 떠나는 사람들이 참 너무하다 싶었다.
서운했던 과거는 뒤로 하고, 어쨌든 나는 내가 가진 좋은 에너지만큼이나 두렵고, 무섭고, 막막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감정이 들 때가 있다는 말이다.
2년 전쯤 여러 가지 이유로 아주 많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해보이던 나의 든든한 엄마가 무너지기 시작하니, 나도 버틸 힘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고 숨이 가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새로 생긴 대형 카페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이 쉬어지지 않아 울면서 나왔다. 일주일에 대부분은 잠을 자지 못했고 항상 마음 한편에는 불안함을 담아두고 지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이유 없이 그리고 한없이 두려울 때가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이 불편한 일이 생기면 ‘이유가 뭐지?’ 생각한 후 그걸 해결해 버리곤 했는데, 이 감정은 어떤 일 때문에 내가 두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인터넷에서 사는 게 막막하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사람들 하는 만큼 먹고, 입고, 놀고, 사는 게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막막함을 다들 가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나는 아직도 20대 초반의 나처럼 살고 있는데 어느덧 내가 가진 책임을 다하고 살아야 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직 무언가를 책임지고 싶지도 않고 책임감도 없는 것 같은데 다들 어쩜 그리 잘들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요즘도 종종 심장이 뛰고 두려움이 몰려온다. 그럴 땐 한바탕 울고 나아지기도 하고, 억지로 에너지를 내서 웃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중학생 때 겪지 않고 넘어간 사춘기를 겪고 있나 싶기도 하다. 삶은 원래 이렇게 불안한 건지, 무엇을 보고 살아가야 하는지, 그냥 지금처럼 살아내면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