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무 Oct 30. 2023

자신감과 오만함의 사이에서

탈락의 쓴 맛

기대하며 준비했던 일에서 탈락했고 우연히 지인의 합격 소식을 들었다. 축하하는 마음 뒤로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내가 부끄러웠다.

자신감과 오만함의 사이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빠가 항상 걱정하던 것이었을까? 내가 원하던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마다 아빠는 좋아하시면서도 언젠가 당신의 딸이 겸손함을 잃을까 걱정하셨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내 능력보다 운이 좋아 그런 것이라 말하고 다녔다.

탈락의 쓴 맛은 생각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여태껏 내 그릇보다 넘치는 것들을 껴안고 있었던 것인지 자꾸 작아지기도 하고, 이런 실패쯤이야 견뎌봐야 더 큰 일을 하지, 하면서 날 달래기도 한다.

다른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흔히 말하는 ’당연한’ 인생을 만들어 갈 때, 나는 다른 노력을 하겠다고 떠들어왔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앞으로 나아갈 때 나만 제자리에 남아 있을까 봐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한다.

내 자신감은 오만함이 아니었을까? 겸손한 척 탈을 썼지만 속은 교만으로 가득 차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오만에 빠지지 않는다면, 늪도, 강도, 산도 다 유연하게 넘을 사람이라는 선배의 말처럼 이 순간들이 내가 오만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어본다.

반 아이들에게 진정한 성장은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오는 거라고 말했다. 지금 내 모습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명절 잔소리를 온몸으로 맞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