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이른 아침 눈을 뜬다.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이지만
몸이 자동반응을 한다.
루이의 음수량을 체크하고
맑고 서늘한 아침 첫 산책을 나선다.
밴쿠버 여름은 열대야가 없다.
낮시간 폭염을 경고한 날조차도,
오전 7시경은 가디건 한 장 걸쳐도 될 만한
시원한 기온이다.
'가상 체험' 상품으로 출시해 볼 만한 쾌적함이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루이의 컨디션을 확인하면,
커피와 책 읽기, 창작인에 빙의된
아침의 소중한 루틴이 시작된다.
늦잠과 바꾼 이른 아침의 고요가
지금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사실 내 일상에 큰 변화는 없다.
반복되는 생활이 권태롭다고 생각할 즈음,
약간의 이변과 이상이 찾아오곤 했다.
대부분은 행운이나 요행보단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
한 해가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인간과 반려견의 노화는
건강의 적신호를 부른다.
연식이 더해가는 건 생명만이 아니다.
한 군데를 손 보면 다른 곳은 손을 내민다.
돈을 들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집의 구석구석...
무탈함과 하루하루의 평온함이
가져다주는 감사를 잊지 말라는
뜻 같아진다.
'욕심 없는 나'는 '자족하는 나'이기도 하다.
세상적인 기준에 못 미치는 보폭으로 살다 보니
'뒤처지는 나'로 보더라도 할 말은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그런 처지를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생긴 대로 사는 나'도 또한 '나다운 나'이니까.
루이의 저혈당 진단으로
고단백 식사를 삼시세끼 소분해서 챙긴다.
더위에 대비해 시원한 물도 넉넉히 채워준다.
그렇게 구름 없이 쨍해질 한여름
일과 속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오늘 하루가 저마다에게
"더도 덜도 말고 밴쿠버의
아름다운 여름 같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