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요일 오후

by Grace k

바쁜 하루의 절반이 끝났다.
쉬면서 뒹굴거리며 커피를 한잔 더 해야겠다.
늦은 시간의 카페인 섭취는 경계하지만,
피로가 앞서는 날은 불면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몸소 깨닫는 요즘이다.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지는 건,
할 일을 이른 아침 시간중에
해 놓을 수 있다는 효율적인 면이 있다.
두 식구 먹을 간편식을 해 놓았다.
나는 오전 일을 다녀오고,덥수룩하던 루이는 미용을 했더니 깍아놓은 밤톨같이 예쁘다.
9년동안 루이 미용을 책임져준
베테랑 그루머에게 문자가 와 있을 때는
또 심장이 '쿵'떨어진다.
수월하고 잘 참는 루이가
힘들어해서 최대한
빨리 미용을 마치겠다고 한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빠른데 이러다가
노견들은 기절하는 일도 발생 한단다.
관찰을 요하는 루이에게
모두가 긴장했다.
픽업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듯,
바짝 올라간 꼬리를 흔들며
발걸음도 가벼워 한 시름 놨다.
매일이 얇아진 얼음위를
즈려밟는 심정이다.노령화된
반려견과 더불어 사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충일 것이다.
그렇게 분기별 숙제같은
미용을 끝내고, 나는 안과 검사도 다녀왔다.
귀가 후엔 피로가 몰려 오겠지만
하루 하루는 내 피부를 꼬집어보듯
확인하고, 챙겨할 것들로 채워진다.
외로울 틈이 없고, 한가할 틈은 있지만
보이지 않게 마음은 늘 부산하다.

조금 전까지 햇살 가득한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끼일 것 같진 않았다.
"일기예보가 빗나가나" 했는데
어둑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예측할 수 없기는 사람사는 일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다.
세 개의 스케쥴을 끝내고, 귀가한 후에
바라보는 창 밖의 빗방울은 운치마저
느껴진다.
딸은 친구와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한다.

썸네일과 선곡이 마음에 들어
구독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소파위에 비스듬히 몸을 뉘인다.

늦은 오후는 뿌리는 비 위로 흩어지는
후덥한 바람이 되어 느릿느릿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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