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밴쿠버

7월 10일 시점

by Grace k

밤새 적지 않은 비가 내린다.
아침도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다.
방 창문을 열면 삼각지붕에
비가 닿는 소리가 참 좋다.
소란한데 고요하게 흡수되는 물의 소리.
묘하게 평화롭고 진정된다.

밴쿠버는 가을, 겨울이 우기라
한여름에 시원한 비를 만나는 건 흔하지 않다.
여름 가뭄과 건조함은
자연 발화로 이어져 큰 산불로 번지기도 한다.
어제 낮 시간만 해도 '설마'했던
비 예보였지만 기상관측은 정확했다.
"달리 전문가가 아니군"
'엄지 척!'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시원한 빗줄기가 가져다주는
가뭄 해갈과 생명수의 역할이 반가워서이다.

이른 아침 우중 산책을 다녀왔다.
실외 배변만 하는 루이도 비 맞는 건 귀찮아한다.
우의를 입히고 나는 우산을 쓴다.
그래도 볼 일은 봐야지.
아침 숙제를 끝내고
'루이의 돌봄 일지' 기록을 시작하며
하루를 연다.

비에 씻겨내려 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빗물을 튕겨낸다.
지붕과 다르게 양철 거터를 때리는
금속음은 시끌하다.
아침을 깨우고 내 일상의 시작을
알려주는 알림음 같다.
기지개 한번 쭈욱 펴 본다.
커피는 넉넉히 두 세 잔 리필할 만큼
내리고 오늘을 대기한다.
일을 반나절 다녀오고 나면
오후는 프리한 날이다.


병원을 몇 군데 다녀오고, 루이의 그루밍,

벗과의 만남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한가한 하루다.
할 일이 있고, 만남과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연약해진 반려견도
돌본다. 그렇게 살아가는 일상이 감사하다.

오후는 비가 그친다고 했다.
날씨도 우리네 사는 것 같다.

"흐림, 비 때로는 천둥 번개 그리고 맑음"

오후시간,

서서히 먹구름이 걷히더니 햇살이 빼꼼 나왔다.

이전 17화나와 기계사이 중심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