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틀리다'가 아닌

by Grace k

아는 이가 응급실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부종이 심한 다리에 열감이 높다고 했다.
무상의 의료를 제공하는 캐나다이지만,
대신 기다림이라는 높은 벽을 안고 가야하는
시스템이다.
이민 25년 차가 된 나는 어느덧 익숙해졌다.
서민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 먼저이기에,
무상으로 받는 의료 혜택이
가장 우선이고, 소중했다.

"큰 병은 키워서 기다리다 죽는다"
캐나다 의료를 이야기할 때 괴담처럼
언급되는 말들이다.

나는 이곳에서 딸을 출산했고,
크고 작은 몇번의 수술과
살아온 세월만큼의 정기검진 그리고
다양한 검사를 필요할 때 받았다.
안과, 내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문의를 만나 꼼꼼한 진료도
정기적으로 받는다.
완벽하지 않은 내 언어의 부족함을
감안하더라도, 진료를 위해 만났던 의사들은
성심을 다해 주었다.
적어도 내가 입은 의료 혜택은
기다림과, 언어의 벽이 무색할 만큼
내게 진심어린 치료와 처치를
제공해 주었다.

뭐든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면 돼"라고 할 만큼의 부자가
병원 문을 들어선다면 기대치가 높을 것이다.

캐나다는 지난 5월부터 9만불 이하의
소득층에게 무상의 치과 치료도 제공한다.
조건부의 세부적인 제한이 있지만,
나는 그 수혜자가 되어
다섯 번에 걸친 치료를 어제 끝냈다.
4천불이 넘는 견적이지만 150불 남짓한
최소 비용만 지불했다.

역이민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민을 떠나 올 때의 우리나라는,
이후로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복지면도 그렇고, 눈에 보이는
삶의 질 또한 그렇다.
방문자로 찾는 내 나라는 익숙함까지 더해져
최고다.


그래도 나는 캐나다에서 살아간다.
불편하고 느릿하지만
내 보폭이 어느덧 이 곳에 맞춰져 있다.
속도감을 따라갈 수 없으면
내가 뒤쳐지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니까.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라
소신껏 사는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할 수 있는 한 성실히 일하고 의무도 다 할 것이다.
그렇게 제 2의 고국이 된 캐나다에서
빠릿하지 않지만, 기다리며
내 자리를 찾아가는 이민자로
더불어 현재를 살아간다.

응급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인의 경과가 좋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전 15화책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