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비워진 쓰레기통에 까마귀가 앉아 있다. 먼 산을 올려다보듯 앉아있는 모양새는
사뭇 독수리 같다.
가만히 지켜보자.몸을 움직이더니
사뿐 땅으로 내려와 서성거린다.
비상할 거라는 내 생각과
까마귀의 행보는 달랐다.
쓰레기통 주변이니 먹거리를 찾고 있는듯하다.
흙을 파고 지렁이를 찾던
까마귀다.요즘은 자주 쓰레기통과
공원 사람들이 버려 놓은 음식물로
배를 채우는걸 목격한다.
허기를 채우겠지만
목과 몸뚱이가 두리뭉실한
비만 새가 되었다.
그래서 가는 다리로 다니기 버거워 보인다.
나는 일은 더 힘겹겠지.
까마귀는 영리한 새다.
지붕 위에 제 몸을 굴려서 놀이 기구를
타듯 한다.
입구가 좁은 물병에
작은 돌을 채워 부피를 확장시키는건
과학을 아는 새대가리?
신기하다.
껍질 단단한 호두를
달리는 차 바퀴에 놓아서 부셔 먹을 줄 안다.
도구 쓰는 영장류로의 진화일까..
놀랍다.
그런 까마귀의 먹이 사냥은
인간들의 넘쳐나는 쓰레기들 덕에
진화 아닌 퇴보 일로를 걷는 것 같다.
합성같은 사진 한장을 봤다.
독수리 등을 타고 나는 까마귀.
요녀석 제대로 머리 쓸 줄 아는 영물이다.
머리 쓰는 까마귀와
쓰레기 통 뒤져 배고픔을 달래는
까마귀가 다른 종이 아닐것이다.
날으렴,
이솝우화에서 처럼 머리 쓰는
영악한 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가렴.
내가 그렇다.
시간을 죽이며 살았던 내 장년기
입찬 소리대신 거울 치료해보자.
시들어 가는 내 시간에
호흡을 불어넣자.
햇볓에 나가 말리고,
흙을 파서 식물을 심고,
꽃을 심자.
생명의 성장을 지켜보듯
잠만 자던 무기력한 내면을 깨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