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by Grace k

글을 써 보라고 권해준 언니가 있었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글을 써 보려고 한 적도 없었고, 또 딱히 글을 써 본 적도 없었다.어린 시절 숙제처럼 적은 일기장, 그리고 의무적으로 썼던 독후감이 고작이었을까...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다시 언니를 만났다.이전보다 조금 더 강경한 어조였다."지역 문학상 공모가 있는데 시나 수필 어때? 꼭 써 봐,기한은 언제까지야" 언니가 왜 내게 그런 권유를 하는지 몰랐다. 언니에게 물어 보았다. "언니 왜, 내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첫째, 독서량이 많다. 둘째, 삶이 고단하다. 셋째, 문체가 아름답다".언니의 명료한 답변이었다. 언니의 그 말은 글을 쓸수 있도록 해준 큰 독려였다.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어떻게 쓰는 걸까, 근본 없는 내 습작의 시작이었다.
한달 하고 스무 날쯤 전이었을까, 마더스 데이가 가까웠다. 내 착한 두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내가 이 낯선 땅, 캐나다에서 열심히 살아가도록 힘을 내게 하는 근원이었다.선물같은 내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고 싶었다. 그렇게 짧은 시를 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내 선물이고 축복이야" 하고 시를 보냈다.


그때 아이들에게 보낸 시이다


스물아홉 해 전
나는,
친정엄마 맘을 헤아리고
효도를 다해야지 하던
대한민국 장녀였다.
2.72킬로그램의 작고 마른 아이가
내게 선물로 찾아오며
나 또한,
엄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지금은,
그 작고 소중하던 아들을
든든한 맞이로 둔,
두 성년의 엄마가 되어 있다.
옛날 부모들을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는 어른스러움도
희생적인 모습도 내겐 없다.
그럼에도 엄마가 되었고
할머니가 되어가는 길목에 있다.
그저 주어진 엄마 타이틀은 컸는데
나 자신은 참 보잘것없다.
그럼에도 내 아이들은,
햇살처럼 밝고,
나무처럼 푸르게
잘 커 주었다.
그 아이들의 엄마로 살았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러하기에,
내 축복 같은 두 아이에게
지치면 돌아올 수 있을 본향 같으면 좋겠다.
엄마가 있기에 힘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원천이면 좋겠다.
아이들이 꼭 필요할 때
수혈해 줄 수 있는
딱 맞는 혈액형이고 장기이면 좋겠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즈음엔
그들에게 내려놓아야 할 버거운 짐이 아니라,
반려견 우리 루이처럼
천국 가서 먼저 기다리다
마중 나와 줄 거라는
보고픈 이로 남으면 좋겠다.
아들, 딸
내게 와 줘서 고마운
큰 선물들이다.


두 아이가 울었다고 했다. 감동이라고 했다. 그래, 글이라는 것은
꼭 엄청난 문장력과 구성과 문학성이 전부는 아니구나.누군가에게 마음이 닿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이 되겠구나 생각했다.그래서 지금도 나는 조금씩 글을 쓴다. 쓰다 보니 글을 쓰는 시간이 좋아졌다. 돌아보면 지나온 삶은 고단했다.
그런데 책상 앞에 앉아 글로 옮겨보니, 그 고단함 속에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가족이 있었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이 큰 위로가 되었고, 신앙이 나를 도닥여 주었다.
지금도 살아온 흔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돌부리를 만나 멈칫하거나, 사고처럼 찾아온
어려움 속에서 숨 고르기가 필요한 누구에게
잠시나마 쉬어가는 그루터기같은
내 글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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