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25년
매년이다시피 한국을 다니러 갔다.
이민 온 첫 해부터 4년간은
둘째 출산과 육아로 힘들었으니
그 이후부터다.
요양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엄마를 보기 위한
이유가 처음엔 전부였다.
긴 투병생활,
나의 먼 타국 생활 그리고 여동생까지
미국 이민자로 산 세월이 길다.
엄마 곁을 지키는 남동생의 수고가
미안해서 매 번 찾으면 여행을 함께 했다.
말 수 적고 힘든 내색 하지 않는 남동생이기에
더 미안하고 애틋하다.
여행지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이면
취기에 두런두런 얘기할 수 있는 그 시간이
고맙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셨던 엄마가
이렇게 긴 병원 생활을 하게 될 줄
아무도 몰랐다.
그러기에 당신이 제일 힘들어하셨지만,
의술의 도움과 강한 정신력으로
긴 병원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다.
지금은 많이 약해지신 걸 확연히 느낀다.
남동생의 카톡이 울리면
긴장모드가 된다.
장녀를 유난히 예뻐하셨던 아빠를
일찍 떠나보냈다.
집안의 가장이 떠나가신 자리에
세 자녀를 떠맡은 엄마의 수고가 크셨다.
장녀로 열심히 살았지만,
기운 가정의 개개인은 저마다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다.
언젠가부터 내 신앙생활 중
맘에 새긴 젤 단순한 뼈대의 문구가 있다.
주기도문 중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사도바울이 들은 말 '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비관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살다 보니
살아졌다.
앞으로도 나는 부자로 살 수 없다.
흔히 듣는 '마음만은 부자'로 치자면
나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고단할 때면 찬송가의 한 구절
'네가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를 떠 올린다.
아이들은 보잘것없는 엄마의 수고에
늘 감사해하는 어른으로 바르게 성장했다.
서툴지만 좌충우돌하는 이민자 아줌마는
외롭지 않을 만큼 서로를 챙기는 벗들이 있다.
지는 잎, 반짝이는 별, 아름다운 타국의
대자연을 내 것으로 품으니 그것도 이득이다.
이렇게 이민자의 삶은 오늘도 흐른다.
날 품어준 대자연의 벗
벨카라 공원의 10월 흐린 날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