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12월 16일.
젖은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 위를 바쁘게 달린다. 소갈증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땅은 비를 벌컥대며 삼킨다.
겨울비는 스산하지만 실내에 머무는
동안은 그저 운치로 대신할 ASMR 같다.
일 없는 날이다. "내일 반납해야 할
한강 작가의 책 '그대의 차가운 손'을 마저 읽어야지." 고전 영화 하나씩 감상하는 요즘이다.
고래사냥을 시작으로 어제는 '피막'을 보았다.
제목의 뜻조차 생소했다. 샤머니즘과 신분제가
짙게 드리워진 1920년대 한국 양반가를
둘러싼 이야기였다. 약자로 대변될 여인과 천민의 잔혹사에 울컥하고 잔상이 남았다.
언젠가부터 집에서 쉬는 날은
눕는 버릇이 생겼다.
게으름에 대한 경고로 역류성 식도염이 찾아들었다. 불청객 같아서 달갑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미리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의 방지책이 되어준다.
식탁에 앉아 흐트러진 사념을 모아서 적는다.
예보상으로 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틈을 노려 잦아지기라도 할 때
루이산책을 다녀와야겠다.
겨울 루틴은 이렇게 비와 동무하면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