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나기
지붕에 소복소복 흡수되는 빗소리가 좋다.
창틀에 부딪히는 그것도 타악기 연주 같다.
집안에서 보고 싶은 책과 듣고 싶은 음악사이에서
만나는 비는 그렇듯 다정한 벗이 된다.
정작 문을 열고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평화는 깨진다. 마치 주파수가 맞지 않는
마찰음처럼 불협화음이 된다.
비옷에 우산을 받쳐 들어도 루이의
산책은 가다 서다 재빨리 되돌아오는 양상이다.
버스로 가는 출근길은 우산에 두꺼운 외투로
무장해도 질척임을 다 피해 갈 수는 없다.
12월이 하순을 향해가지만 영상에 머무는
포근한 날씨는 눈대신 비만 쉼 없이 부른다.
바람까지 거세었던 며칠 전의 호우는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수많은 나무를 흔들어
잔가지를 부러뜨려놓았다.
그렇게 흐트러짐 위로 성탄의 장식은 반짝이고 긴 밤 속 조명불빛은 환하다.
저물어가는 해의 막바지에는
아쉬움과 회한, 후회와 번민도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최선이 닿지 않은 곳이 많다.
별다른 큰 설계 없이 새해는 다가온다.
그래도 묵은해는 잘 떠나보내고
맞을 해는 조금 더 새롭고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시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렇게 내리는 비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상념이 비처럼 흐르는 일없는 오후이다.
반짝이는 조명이 12월임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