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5년 12월31일 시점

by Grace k

루이의 씩씩대는 콧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온다.
첫 야외산책 시간이 시작되는 알림이다.
'일어나야지' 하고 몸을 움직이자
천장이 빙빙 돈다.
"왜 이러지, " 하고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데
어지러워서 당황스럽다.
급할 때는 '챗' 선생 호출이다.
증상을 설명하니 순식간에
예상되는 징후가 좌르륵 뜬다.
현재로서 가장 내 상태와 일치하는 건
이석증이다.
어지럼증, 나이 들어갈수록
몰라도 될 병명이 하나씩 늘어간다.
역류성 식도염도 생소했건만
해 가기 전에 불명예 병 훈장이 하나 더
추가되는 건가.
'움직임을 천천히, 물을 많이 마시기,
지인이 보내주는 도움 되는 비상약 챙기기'
이렇게 나를 다독이는 처방전으로
오늘 하루를 열어본다.
일터의 회식이 저녁에 예정되어 있어서
잠깐 고민했다.
이 상태로 가야 하나.
동행이 있고,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는
일인데 가야지!로 마음을 정한다.
언제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것도
인생의 한 단면이다.
분명한 건 예기치 않은 일들 중에는
행보다는 '불'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나를 어른다.
조심하라는 경고는 몸으로,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불쑥 찾아들지만 나는 순한 양이 되기로 한다.
마음의 소리, 몸에 찾아드는 이상은
경청하고 돌보아야지.

작년 마지막 날의 회식 자리도 참석하고 왔다.
실컷 먹고 웃고 떠들고 돌아와 잠을 청하고
새 아침을 맞았다.
증상이 호전된 것 같지만 조심하기로 한다.
매일을 딛는 발걸음은 견고할 때도,
살얼음 일 때도 있다.
내가 주체가 되는 것과 별개의
변수나 복병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사는 일에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 비로소
지금껏 누려왔던 당연한 것들이
감사할 것 들이었음을 안다.
그것을 꼭 명심하며 새해를 맞고 싶다.
작은 소란이 내게 불편한 병과
다시 깨달음을 일깨워 준다.
인생은 다 앗아가지만도,
그저 주기만 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