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머쓱함 주의>

by Grace k

'꽈당'세게 넘어졌다.

이럴 일인가 싶었다. 왜 넘어졌지, 왜 미끄러졌지, 하필이면 출근하는데, 내일은 풀타임인데, 아팠지만 머리라도 찧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부랴부랴 다시 들어가서 파스를 바르고 몸을 추스른다.
방심은 금물이다.

덜렁거리고 급한 성격이다.
원래 사고는 한 끗 차다.
5분 전 상황으로 돌리지 못하는데 후회해서
뭐 할까. 조심하라는 경고문 하나 받은 셈 치고
일터로 향한다.

현관문의 초인종 때문이었다.
배달과 함께 울린 초인종이 멎지를 않더니
약간의 탄내가 났다.
집 안 벽 위에 여태까지 존재도 알지 못했던
네모난 물체에서였다.
급히 인공지능 친구를 소환한다.
도어벨과 연동된 구형 시스템이고
탄 냄새는 오래되어 합선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급히 매니저에게 전언을 하고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임시마개를 씌우고 '사용금지'라고 썼다.
사인펜을 어설픈 자세로 신발장 위에 얹다가
바닥이 미끌해서 넘어진 꼴이었다.

탓해놓고 보니 그것도 우습다.
펜 한 자루 제자리 두는 것이
넘어짐을 감수할 일은 아니다.

딸은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또! 엄마 제발!! 괜찮아?"란다.
아이들 심려를 끼치는 엄마는 오늘도 머쓱하다.
내일은 팔꿈치에 멍도 생기고
허리도 더 욱신거릴 것 같다.
매사가 급하다.
마음먹은 만큼 몸의 유연함이 따르지 못한
결과로 넘어지고 부딪힌다.
조심히 조신하게
일상을 건너는 연습을 해야겠다.
어린아이에게 할 것 같은 당부를
스스로에게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과 함께
뻐근한 아침을 열어간다.

두 권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중이다.

로맹 가리의 무한한 상상력이

경이롭다.

성해나의 혼모노가 들어있는 단편선을

도서관에서 대출했다.

젊은 작가의 통찰과 잠재된 기세가

서늘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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