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리다

찰나-3월 10일 오전-

by Grace k

창밖으로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며

서둘러 방한화를 꺼내 신었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장바구니를 챙겨 들고 나서는 길.


'봄날의 폭설 체험은 못 참지.'


무장하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마음 한구석엔 설렘이 일었다.
​캐나다 서부에 살면서

올겨울은 유독 조용했다.

동부와 중부 할 것 없이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이어졌다는 뉴스를 겨울 내내 접하며 보냈다.
눈 한 번 못 보고 지나가는

이 동네의 날씨가 내심 의아하기도 했다. 생활하기에는 평온한 겨울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계절의 한 조각을 빼앗긴 듯하기도 했다.
​그 허전함을 알았는지,

봄의 초입에서 하늘은 '첫눈'을 선심쓰듯 뿌린다.

제철을 잊고 뒤늦게 도착한 이 연체된 겨울은 순식간에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가고 있었다.
​우산 위로 쏟아지는 눈송이들이

'서걱서걱'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마냥 가볍지 않다.

물기를 머금은 젖은 눈의 묵직함이

손목을 타고 전해진다.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제설차의 소음이 정적을 깨우지만, 3월에 만난 이 함박눈은 밟자마자 금세 스러져 갈 것임을 안다.
​봄의 시작점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한 번은 제자리를 찾아온 것 같은 묘한 안도감도 준다. 예고 없이 찾아온 불편함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는 자연의 인사 같다.
눈길을 뚫고 온 보상으로 루이에게 주어질
닭가슴살과 당근을 담았다.
슈퍼를 나서는 순간,
함박눈은 어느새 진눈깨비로 변해 있었다.
겨울과 봄은 그렇게 맞닿았다.

떠나가는 겨울과 성큼 다가 선 봄이
잠깐의 힘겨루기라도 하듯
우리의 일상 위에서

만났다가 흩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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