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런 저런
<3월 30일>
아무런 계획을 세워두지 않은 휴무일이다.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다가
졸리면 낮잠도 자 볼까 한다.
동네 벚꽃이 활짝 피어 절정이다.
도서관에 책 두 권을 반납하고
꽃 사진을 찍어 저장했다.
루이 먹을 닭 가슴살을 사고
과일도 좀 집어 담았다.
단내가 향긋하게 올라오는 파인애플,
사과 그리고 딸기다.
노랗고 빨간 과일에 분홍 꽃이 지천에
피어 바야흐로 4월이라고 외치듯 화사하다.
장 본 짐을 들여놓고
루이를 데리고 나왔다.
몸에 닿는 기온과 감촉으로
봄기운을 느끼나 보다.
여기저기 킁킁거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내 오감과 연동되어 있는 것처럼
그 생생함이 전해져 온다.
<4월 2-3일>
예정되어 있던 캠핑을 떠났다.
일기예보가 비껴가서 미스트처럼 비를 뿌린다.
날씨가 여행의 8할 정도는 책임질텐데.
영하 10도, 호우 속에 2박 3일의 겨울 캠핑을
함께한 재작년이 떠올랐다.
혹한도 품었던 캠핑이었기에 4월 초의 약한 비는
운치를 더해주는 장치 같다.
아이들의 봄 방학도 끝이 나서
추적추적 비 내리는 평일의 캠프사이트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준비해 간 음식과 게임을 즐기고 숲길을 걸었다.
집 놔두고 고생이지만 마음 통하는
벗과의 자연 속 하루는 오롯이 힐링이다.
먹구름 떼가 몰고 온 비가 천막을 때린다.
비멍하며 듣는 백색소음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 텐트 앞에 펼쳐진 잔잔한 강 위로
물새가 날갯짓을 한다.
바지선이 나무와 모래더미를 부지런히 나른다.
백 량은 족히 될 듯한 화물 열차도 분주하게
짐을 싣고 경적을 울리며 멀어져 간다.
그 소란함이 살아있는 심장소리 같다.
오늘의 모든 장면이
스쳐 지나는 슬라이드처럼 소중하게 저장되기를.
집으로 오는 길에 비가 서서히 그친다.
파란 하늘 사이로 빼꼼 해가 나오니
그건 그것대로 반갑다.
일상으로의 복귀다.
<4월 4일>
도서관에 들려 책 한 권을 빌렸다.
건물 앞,
한창이던 벚꽃 잎이 눈처럼 낙화하고 있었다.
길바닥에 흩뿌려진 꽃잎들이 꾸미지 않아도 지극히 아름답다.
루이와 함께 오래도록 걷던 길이다.
이 햇살, 꽃 향기
한번 더 맡게 해주고 싶다.
루이 태울 중고 유모차를 장만해 보면 어떨까.
도시락도 싸고 간식이랑 과일도
담아와서 돗자리 펴고 앉아 먹으면 좋을 테다.
4월 꽃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저장하고 싶어졌다.
이 4월이 가기 전에 실행해봐야지.
꽃비 내리는 봄 볕 아래 루이와 딸과 나,
그 소풍날을 상상하니 설렌다.
<4월 5일>
부활 주일 예배는 야외에서 드리기로 했다.
올해 들어와서 가장 온도가 높다.
낮 기온이 초여름에 육박하는 날씨가
예수 부활의 감격에 협찬자로 나선 듯하다.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부활절이라는
기쁨보다 비극과 탐욕으로 첨예하게 날이 섰다.
무엇을 더 파괴하고 빼앗아야 하는지
몰두하는 폭정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부류들이다.
신이라는 이름을 빌려온 파괴자와 전범자일 뿐.
아득하고 답을 구할 수 없는 오늘,
그래도 예배자로 두 손 모은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미약하지만 기도로 마음을 얹는다
답 없이 스러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