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줄거리 없는 독후감)

by Grace k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건조한 문장, 담담한 서술
갈퀴를 손에 쥐고
후벼파듯 들어온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인데
사유와 사유가 합쳐져
순간 멈춘다.
지나온 시점으로 되돌아가 보고,
화자의 아픈 지점에
한참을 머뭇거린다.
무엇이 그녀를 가두었을까.
지방도 단백질도 남지않도록
말라가게 했을까.
그녀의 꿈은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분리시켰다
육식을 거부하는 그녀에겐
더한 폭력이
댓가처럼 기다린다.
그녀만
본인 그대로일 수 있다.
누구도
그녀를 알 수 없다.
미쳐야 살 수 있다.
식물로 살기로 한 그녀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영하는 빈약한 뿌리는
허공에서
독백 같은 마임 중이다.
땅에 닿을 수 있기를.
흙 속에서
단단한 뿌리가 내려지기를.
그럼에도
채식주의자로
살아갈 수 있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