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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생페트르부르크여, 네바강이여, 안녕!

최고의 여행(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by 정달용

14. 생페트르부르크여, 네바강이여, 안녕!


☞ 2016.10.04(화, 생트여행 3일째)


오늘 일정은 에르미타쥐 박물관과 궁전광장의 관람, 오후에는 토스토예프스키 생가 둘러보기이다.


아침을 컵라면으로 때우고 버스를 타고 에르미타쥐 박물관으로 갔다. 이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이라 한다. 그러나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은 약탈의 유물들이라면 러시아의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수집가들한테서 모은 거란다.


에르미타쥐 박물관과 궁전광장은 생페테르브르크가 옛 러시아의 수도였을 때 왕들이 있던 곳으로써 도시의 중심가에 들어서 있고, 건물의 규모뿐만 아니라 두 건물들 사이의 광장도 상당히 넓다.


광장 중앙에는 러시아 전승기념탑이 50여 m 높이로 우뚝 서있다. 오전에 이 박물관에 도착할 무렵 날씨는 흐리고 몹시 기온이 차가웠다. 약간 찬비가 내리기도 한다.

에르미타쥐 박물관에 들어서자 평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든다. 특히 중국인 단체 관람객들이 많이 왔다.


소장한 미술품들은 러시아가 그리스정교가 부흥한 나라라서 그런지 천주교의 미술품들이 대부분이다. 성모 마리아 및 예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전쟁 관련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4 각형의 커다란 건물에서 내부에는 복잡하게 세계의 대표적인 유물 등, 미술작품들이 어마어마하게 전시되어 있었고, 한편에는 이집트의 상형문자들이 돌에 새겨져 있는 유물들도 많이 소장되어 있었다. 내 딸이 이런 박물관에 와서 훌륭한 작품들을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잠시 해본다.


이 박물관의 작품들을 어느 정도 감상하려면 하루 종일 봐야 할 것 같다. 소장된 박물관의 미술품은 이것으로써 끝이 아니라, 맞은편에 있는 황제궁전에도 나누어 진열해 놓았단다.

러시아 여행책자에서 읽어 본 작품 '돌아온 탕자'와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제목이 생각 안 나는 작품을 깊이 감상하고 황제궁전에서 '두 자매' 등 3 작품을 특별히 세밀하게 구경했다. 내용을 읽어보고 감상을 하니 그림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이 황제궁전에서도 엄청나게 큰 건물내부에 이름난 화가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다. 피카소, 고호 등등…


관람이 끝난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은 것 같다. 컵라면 하나로 지금까지 버티다 보니 허기지고 배가 딱 달라붙은 것이 몇 일은 굶은 것 같이 허기지다. 미리 봐뒀던 러시아식당에서 우리가 먹는 것과는 다르지만 러시아식의 볶음밥과 닭과 돼지고기 구운 것을 사서 캔맥주 한 병으로 둘이서 나눠 마시며 허기를 채웠다. 많은 시간 박물관 관람에 피곤을 풀기 위해서 star box에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다음 코스는 토스토예프스키의 박물관 및 생가 관람이다. 오후 6시가 거의 다 돼가니 찬 이슬비가 내리는 저녁은 쉽게 어두워진다. 장소가 쉬고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조금 걸어서 동상 및 박물관에 도착했다. 동상은 조그만 사거리 옆쪽에 있었고, 어둡지만 사진 촬영을 하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박물관으로 갔다.


관람은 저녁 6시까지라 포기하고 벽에 붙여진 표지석 앞에서 사진 촬영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오늘 일정도 바쁘고 빠듯했다.


몸도 몇 일간의 기나긴 열차여행과 생페테르브르크에서의 강행군이 심신을 많이 지치게 한 것 같다. 가늘게 떨어지는 초가을 저녁의 찬 빗방울을 맞으며, 저녁 먹을거리로 햄버거 두 개와 감자튀김 한 봉지를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캔맥주 한 병씩 저녁과 함께 먹었다,

아들은 오늘밤이 생페테르브르크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몹시도 아쉬운 모양이다. 이 밤에 네바강의 야경을 구경하고 오겠단다. 걱정이 되어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다행히 나도 같이 가자는 제안에 다행이다 싶어 따라가게 되었다. 실은 나도 네바강이 너무 아름다워 한번 더 눈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꽤 거리가 있어 버스를 타고 강 입구에서 내렸다. 초가을 찬 비바람이 강바람에 더해져 꽤나 세차다. 여지껏 네바강변과 주변을 3박 4일간 구경했지만 강 건너편에는 가보질 않았는데, 저도 그 마음이 있었는지 건너편으로 건너보잖다. 날씨도 좋지 않고 밤도 깊어 인적도 거의 없는데,

바로 아래로는 세찬 비바람에 거센 물살만이 출렁이며 흐르는데, 강변 양쪽의 주변 야경은 생페테르브르크의 마지막 밤 절정을 이루듯 펼쳐지고, 이 황홀한 장관을 어찌 모두 담아가리? 사진은 반사된 조명에 의해 더욱 보잘것없고, 가슴에 담고, 눈에 담아 갈 수밖에...


강을 건너고 강변을 한참이나 걷고 걸어서, 어느 곳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생페테르브르크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보내졌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되는 의미 있는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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