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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빠의 바램

삶의 이야기들

by 정달용


<아빠의 바램>



어제저녁 늦은 밤에 식탁에서 캔맥주 한잔을 마셨다.


퇴직을 몇 개월 앞둔 나는 요즘 퇴직 후를 생각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격증이라도 따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동영상 강의를 부지런히 듣고 있던 중이었다, 잠시 쉬며 귤을 먹고 있던 중 아들이 자다 말고 다가와서 캔 맥주를 따서 먹으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함께 잔을 부딧치며 한 모금씩 마셨다.


마음이 심란하겠지!


일주일 후면, 타국 만리 미국으로 떠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삶 중에 하나인 사회에의 진출.


대학을 졸업하고 보통의 젊은이들은 사회에 진출하지만, 아들은 계속 공부를 해서 박사 과정을 밟고 싶어 했다. 부모로서 그 뒷바라지를 해 주면 좋겠지만 "대학까지만 뒷바라지해주겠다"는 다짐을 자랄 때부터 했던터라 스스로가 헤쳐나가고 있었다.

시베리아 벌판의 숲

2년 남짓 경력을 쌓느라 ㅁ학교에 인턴으로 다니더니, ㅇㅇ 주립대학 박사과정에 합격이 되었다. 올 9월에 개학이라 바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기거하던 집에서 생활하던 짐을 두 번에 거쳐서 자가용으로 실어오고, 토요일인 어제는 다니던 회사에서 짐을 챙겨 왔다.


몇일 후면 멀리 떠나야 하는 아들은 요즘 송별식을 받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멀리 낯선 타국으로 떠나는 마음이, 20살 청춘에 젊음 하나만 믿고 세상에 도전했던 40여 년 전의 나의 모습과 교차되어 비쳐진다.


한 번뿐이 가본 적이 없던 서울,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내 삶에서 언젠가는 부딧쳐야 하는 것이길래 감히 몸을 던졌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나의 아들이 그 길을 가려하고 있다. 좀 더 원만한 삶을 살게 도와주지 못하는 아비로써 미안하다.


막상 떠나려니 두려움이 얼마나 클까? 그런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주 힘들 때면 혼자 해결하려 말고 주변에 손을 내밀라"라고 말해 줬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에서

나는 내 힘으로만 헤쳐나가려 했다. 무모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서야 깨달았다. 내 자식이나 조카들은 나와 같이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제가 살던 집과 회사에서 짐을 들여오다 보니 "정말 멀리 떠나는구나!"라는 실감이 든다.


부디 몸 건강히 소망하는 꿈 잘 이루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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