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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행이 아니라 지옥-2(남의 일)

최고의 여행(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by 정달용

4. 여행이 아니라 지옥-1(남의 일)


하바롭스크 공항은 우리 시골의 어느 한적한 공항과 같았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하바롭스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승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출발하자 중년의 여성차장이 차비를 받으러 다녔다. 마치 우리의 1980년대 시내버스의 안내양과 흡사하나, 다른 것은 한국에서의 안내양은 손님이 승차 할 때 요금을 받았지만 이곳에서는 안내양이 승차한 손님들을 찿아 다니며 요금을 받았다. 이곳에 와서 느끼는 첫번째의 신기한 모습이었다. 버스는 우리의 평범한 시골과 같고 뜨엄뜨엄 허름한 민가들을 지나 40분 쯤 후에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했다.

내가 타야 할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아직 도착까지는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하바롭스크는 러시아에서는 제법 큰 도시로 1시간 정도의 정차시간을 주었다. 따라서 장기간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 한국 같으면 출발역에서 설사 못 탔더라도 예약한 승차표를 가지고 다음역에서 승차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곳은 러시아다. 조그만 칙오도 있어서는 안되었다. 따라서 예약한 승차권으로 승차가 가능하다는 명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역사에 들어가자 정면에 안내양인 듯 미모의 아가씨가 원형의 유리창 안 안내원석에 앉아 있었다. 우린 "당연하겠지!" 라는 마음으로 블리디보스톡발 시베리아 횡단열차 차표를 보여줬다.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블라디보스톡발 열차표를 가지고 하바롭스크에서 탑승하겠다고 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사유를 설명하려 하나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사정이었다.


아들은 나름 영어에 자신있어 자세히 설명을 하나 역사에 근무하는 안내원은 영어라면 짧은 토막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설사 영어를 못하더라도 눈치로라도 알겠건만, 아예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치 "그건 네 문제지 나와는 상관 없어!"라는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인터넷은 느려 반응이 오는데는 숨 넘어 가고, 기껏 번역을 해서 보여줘도 말 못하는 벙어리 모양 표정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 같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도와주려 하겠지만 이곳에서는 답답한건 우리였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다, 가까이에 승차권을 자동 발행하는 장치 같은 것이 보였다. 우리가 예매했던 승차권의 바코드를 대자 한장의 승차권이 발급되어 나왔다. 반가웠다, 똑같은 방법으로 아들것도 발급받고 다시 안내원 한테 보여줬다. 안내원은 똑같은 무표정으로 약간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드디어 됐구나! 새로 발급 받은 것이니 별 일 없을거야!"라고 스스로 안도하며 역사를 나왔다.


가까이에 있는 상점에서 아들은 데이터 유심칩을 사서 핸드폰에 삽입했다. 전화는 못하더라도 인터넷은 상시 사용이 가능해야 했다. 왜냐하면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는 곳 대부분이 인터넷이 않되었다. 대부분이 허허벌판으로 인가도 없는데 안테나만 곳곳에 세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으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그리고 인근 식당에 들어가 요기를 했다. 어제 저녁 인천공항에서부터 항공기의 연착으로 신경쓰고, 횡단열차를 놓치고 지금까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던가? 여지껏 제대로 먹은 것도 없이 초조하게 보낸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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