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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밥에 김치, 삼겹살에 소주 한잔

최고의 여행(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by 정달용

최고의 여행(시베

10. 밥에 김치, 삼겹살에 소주 한잔


☞ 2016.10.01(토)


길고 길었던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7박 8일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 막바지에 다달았다. 밤, 낯으로 쉼 없이 달리던 철마가 이제 멈추려 하고 있다. 10월 1일 날이 새고 있다. 이제 6시간 정도면 종착지인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잠시 정착했다 생페테르브르크로 가겠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이었지만 3명의 한국 젊은이들과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누가 말을 하지 않았어도 어느새 하나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은 이국에서 만난 한국인이었다. 같은 모습을 했고 아무 부담 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같은 민족이었다. 한국이란 국내에 있을 때의 서울과 부산은 먼 동네이었지만 이곳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바라본 서울과 부산 사이는 한 동네였다. 특히 낯선 이국에서의 8일 동안의 특별한 기차여행은 어느새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드디어 모스크바역에 도착했다. 5명의 한국인은 각자의 짐을 챙겨 약속한 장소에서 만났다. 그리고 부디 안전하고 멋진 여행을 당부하며 각자의 길로 떠났다.




잠시 경유한 모스크바의 역 주변거리는 대부분의 서양에서 예전에 보던 고풍스럽고, 커다란 건물 등, 표현을 추가한다면 우리 자본주의 같이 편리함과 다양한 디자인 등 세련된 건물들이 아니라 획일적이고 정적이라고 표현해야겠다.


모스크바역에서 길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내리자 밖에는 하차하는 여행객과 기다리던 마중 나온 가족들, 호객 영업 중인 택시기사들 등등, 기차에서 하차하는 철로 사이가 매우 혼잡하다. 한국 같으면 승객들이 역사를 나가야 기타 외부인을 만날 수 있는데, 우리와는 다르다. 열차를 타는데도, 우리 같으면 역사에서 표를 끊고 열차가 들어오기 이전 적당한 시간에 역무원이 검표를 하고 해당 열차가 정차하면 승차하여 자신의 배정된 좌석에 가서 앉으면 되는데, 이곳은 역 주변에 표를 발행하는 창구가 있어 표를 끊고, 아무 제지도 없이 그냥 시내 도로를 다니듯 해당 홈, 해당 차량으로 가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해당 열차가 정차했다고 해서 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내릴 손님이 다 내리고, 승차할 사람은 자신이 타야 할 차량에 가서 탑승하는 차량 입구에 기다렸다가, 승무원이 표를 확인한 후 승차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영화에서 연인끼리, 아니면 부자끼리 절절히 아쉬운 이별을 할 때 역에서 떠나가는 열차를 쫓아가면서 손을 흔들거나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연상이 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역사의 모습과, 승차하는 방식이 지금에 와서는 하바로스크역에서의 당황스럽고, 긴박했던 아픔을 고이 간직하고, 오랫동안 기억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생페테르브르크에 도착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최종 종착지는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톡에서 총길이가 9,288 km이다. 모스크바에서 생페테르브르크까지는 713km, 두 거리를 합하면 10,001km가 된다. 총길이는 우리말로 2만 5천리, 대한민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거리를 장장 7박 8일간 쉼 없이 달려왔다.

7박 8일간의 열차에서의 식사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빵과 과자, 또는 컵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그렇게 8일을 보냈다.


밥과 김치 생각이 났다. 간간힌 먹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났다. 평상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더 눈에 선해졌다. 내가 이 정도로 삼겹살에 소주를 좋아했던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지나가던 것이 바로 국내에 있을 때의 상황이었었는데 마치 술이 친한 친구나 된 듯이 그것을 찾고 있다. 생페트로브르크에서 기차를 내리면 여장을 풀고 제일 먼저 밥에 김치,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수 있는 집을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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