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1. 생페테르부르크에 여장을 풀다

최고의 여행(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by 정달용

11. 생페테르브르크에 여장을 풀다


☞ 2016.10.01(토)


장장 7박 8일간의 긴 여정 끝에 최종 목적지인 생페테르브르크에 도착하였다.

중세의 모습이 진하게 배어있는 생페트르부르크의 가을이지만 해가 남아있는 이국 도심의 거리 모습은 우리가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긴 여행의 피로가 몸에 가득 쌓여 몸을 지탱하기에 버거워지고 따라서 낯선 이국의 도심 속 이방인은 서둘러 숙소를 찾아갔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생페테르브르크 중심가의 야간 경치는 아름다웠다. 현대식 건물은 전혀 볼 수가 없고, 유럽의 중세 중후한 건물을 보는 듯한데 어느 한두 건물의 모습이 아니라 시내 전체가 그러한 모습이다. 중세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시내 거리의 저녁 인파는 여느 우리 도심의 중심가처럼 밀려가고 밀려온다. 국내에서 볼 때의 러시아 여성들의 미모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러시아의 아름다운 여성들을 비롯해서, 많은 인파들이 어디론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 Hotel.

티켓을 확인하고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내부 숙소로 갔다, 중후한 옛 건물 사이의 커다란 철문을 지나자 안에도 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나 오래된 건물이 이어졌고 순간 중세 유럽인들의 삶이 그려졌다, 마치 수백 년 전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도심 거리에 질서 있게 줄지어 서 있는 웅장하고 낡은 빌딩들은 겉모습부터 내부의 작은 하나하나까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거쳐간 수많은 이들의 손 때 그 자체였다. 노후된 건물 벽은 허름했으며, 계단은 커다란 바위를 널판지처럼 넓게 다듬어 한 계단 한 계단 디딤돌을 만들어 놨고, 우린 혹시 밟은 무게를 못 이기고 부러지지나 않을지?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드디어 4층 우리의 숙소에 도착했다. 방의 양쪽 벽에 1인용 침대가 2개 놓여있고, 샤워실 등 기본적인 숙박업소와 다를 게 없었다.


호텔을 숙소로 예약을 해 놨기 때문에 멋들어진 현대식 건물과 주변에 잘 정돈된 정원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옛 건물 입구에 들어섰을 때 내 짐작이 틀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건물 안에서 또 안으로 들어가며, 마치 어두운 동굴 속을 지나면 고대인이 사는 마을이 눈앞에 나타날 것 같았다.

IMG_6512.JPG

우린 여장을 풀고 간편한 복장으로 거리를 나섰다. 미리 검색해 놨던 생페테르브르크역 인근 "bap jip"을 찾아갔다. 우리말로 밥집이니 지배인이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찾아가니 영문으로 "bap jip"이란 간판의 불빛이 선명하게 빛난다.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의 지배인인 듯한 동양인 남자인데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메뉴 편에서 삼겹살 2인분(400 g)과 밥을 2그릇 시켜놓고, 소주메뉴를 보니 우리가 먹는 2홉들이 소주 한 병이 18,000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초소한의 비용으로 절약해서 갔다 오자고 약속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비용이 자꾸 추가로 들어갔다. 앞으로도 무슨 변수가 있을지 알 수가 없어 1잔에 3000 원하는 잔 술로 마셨다. 오랜만의 삼겹살을 안주삼아 마시는 소주는 잘 넘어간다. 한 모금 한 모금 넘어가는 술맛을 음미하면서 아주 비싼 술잔을 마셨다. 삼겹살은 소고기 샤부샤부처럼 얇았고, 불판은 석유난로처럼 둔탁한 모습에 불이 아닌 전기그릴로 고기를 굽는다.

따라서 국내에서 먹는 맛과 감히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역만리 머나먼 곳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행한 일이었다.


밥의 쌀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통일벼에서 나오는 쌀과 같이 찰기가 전혀 없는 미질이다. 반찬은 주문하는 대로 비용이 청구되었다. 국내에서는 물은 기본 서비스지만 이곳에서는 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하기야 주변 시내를 걷다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들어가다 보면 입구에서 이용료를 받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 밥에 김치, 삼겹살에 소주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