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비밀 장소

아지트를 그리며

by 찾다가 죽다

연구년으로 해외 특히 미국에 머물 때마다 부러운 것이 있었다.

광활한 자연도 다양한 삶의 방식보다도 지역마다,

동네마다 있는 도서관들이다. 특히 작은 커뮤니티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은퇴하고 자리를 잡은 남양주에도 도서관이 여럿 있다.

온라인에서 책을 검색할라 치면 관 내의 십여 개 도서관 목록이 뜬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찾는 곳은(물론 전체를 다 경험한 건 아니지만) 집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석영 멀티미디어 도서관이다. 읍 사무소 뒤 켠의 4층 짜리 자그마한 곳이다. 하지만 없는 게 없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비치한 도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거의 내 취향에 맞는다. 물론 신간이 제 때에 공급되는 건 아니지만 게까지 욕심 낼 게재는 아니지 싶다. 1층에는 카페도 있고 옥상에는 야외 휴게소도 있다.

특히 내 맘에 드는 건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초등학교에서 중고등 학교에 이르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 때문인지, 주변이 인구 밀집 지역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중 상당수는 학부모들과 걸음을 같이 한다. 보기 좋은 걸 넘어 흐뭇하기까지 하다.

다른 하나는 각종 동아리를 위한 크고 작은 공간 제공이다. 은퇴하기 전에도 지역 주민들을 모아 매월 독서 토론회를 운영한 바 있다. 이곳에 이사 와서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은 지 3년째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이곳저곳 카페를 전전했는 데 도서관 측에서 세미나 실을 제공해 주겠 단다. 해서 이제는 매월 정해진 공간에 모여 책을 읽고 토론회를 펼친다.


이석영 도서관.jpeg

최근 통계에 의하면 독서 인구와 비율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바쁜 생활과 유튜브 등의 매체 환경 변화가 주원인이겠으나 그렇더라도 너무 안 읽는다는 염려가 든다. (은퇴한 선생의 쓸데없는 걱정일까) 인공 지능이 출현한 뒤 자주 들어가 검색과 대화를 한다. 그럴 때마다 앞서의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의 등장 때보다는 훨씬 더 커다란 변화에 놀라곤 한다. 손정의 회장은 인공 지능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처음에는 원숭이와 사람으로, 이제는 금붕어와 사람으로 비견한다. 그가 인공 지능에 올인하는 사업가라서 허풍이라 하기에는 실제로 두렵다. 해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살만큼 살았는 데 예서 멈출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자꾸만 궁금하다. 잠 못 들기는 호기심도 다정만큼이나 병인 듯싶다.

어쩌랴?

거기에 있으면 마음이 편한 걸, 기분이 좋아지는 걸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썩 잘 가는 걸.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편을 가르고 아지트를 만들고 옹기종기 모여서 놀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의 간섭(?)을 피해 맘껏 우리들 만의 상상을 키우 던 곳이다.

지금 나는 다시 그곳에 와 있다.

단지 그때의 동무들이 이곳저곳에 숨어 앉아 책도 읽고 신문도 뒤적일 텐데 도무지 알아볼 길이 없다.

아마도 저만치에서 돋보기 위로 흰머리 결을 쓸어 넘기며 책을 끌어당기는 그가 그가 아닐까?

저 친구도 날 못 알아보는 게지 하며 다시 읽던 책 위로 시선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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