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에 서다

SNS 시대를 사는 법

by 찾다가 죽다



요즘엔 어디를 가건 시동을 켜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네비에서 주소를 찍는 일이다.

전화를 걸 때마다 우선 상대방의 이름을 검색하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 보니 머리에 남는 전화번호는 거의 없고 네비 없이는 어디를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부지불식 간에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할 기억(메모리)들이 스마트 폰이나 내비게이션 같은 신체 밖 디바이스 들에 산재되어 있다.


그러던 중에 인공 지능 곧 AI의 등장을 맞는다.

수년 전(정확히는 2016년이니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 코로나를 거쳐서 인지, 시간이 가속화한 건지 그도 아니면 나만 그런 건지 불과 얼마 전 같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질 때만 해도 아! 저런 기술이 있구나 싶었지 이렇게까지 온 세상을 뒤엎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둘러보면 스마트 폰이나 네비 말고도 이미 너무 깊숙이 AI 세상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한다.

동네 식당에서부터 공항이나 터미널 어디를 가든 키오스크와의 대면을 피할 길이 없다.

인터넷 서점이나 쇼핑몰에 들르든 뱅킹을 하든, 포털에서 검색을 하든 온통 인공 지능이 내장된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해서 서점에 들르면 평소 내가 샀거나 검색했던 취향이 유튜브에 들어가면 몇 차례 찾아봤던 성향의 영상들로 도배가 된다.

AI로 무장한 알고리즘은 중력보다도 더 센 힘으로 우리 각자를 잡아당긴다.

왼 만해서는 누구도 이 힘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상대방을 배제시키고 차별하며 끝내는 억압에 이르게 한다.

신자유주의로 만연된 승자승 내지는 승자 독식의 논리가 지배적인 오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팽배하고 있는 갈등 구조의 원인은 바로 이 SNS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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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중심은 좌나 우로 치우치는 세상에서 중앙부의 회색 제대로, 모두로부터 비난받는 자리다.

해서 중도 우파니 중도 좌파니 하는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기도 한다. 중심을 잡고 중앙을 지키려는 노력은 여차하면 좌나 우로 치우치려는 기회주의적인 회색분자가 아니다.

판단은 하되 정죄하지 않는 순백의 고매 함이다. 해서 옛 어른들도 중용을 지킴은 칼 날에 서는 만큼 어렵다 하지 않았는가?

AI 시대의 인문학 연구라는 기치아래 하이터치 휴먼 연구소라는 간판을 내 걸고 책을 읽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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