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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an 15. 2022

7080 : BTS

왜 몸처럼 맘은...


 오랜만에 집에 놀러 온 친구가 노트북을 열더니 영상을 보여준다. 썩 잘 만들었다. 

내용도, 편집도 자막 처리나 조명까지도 나무랄 데가 없다. 

”와우 대단한데! 자네가 한 거야? “

”아니, 시나리오는 내가 쓰고 편집, 자막 같은 건 외주를 줬지 “

”그렇지? “


내가 반갑게 동의한 데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우리 세대치고는 영상 작업이 탁월하다는 것 

그리고 자네도 나처럼 이런 일은 재미없구나 하는 것.

공대 교수 출신인 그 친구나 은퇴 전 마지막 학기가 비대면으로 결정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튜브에 수업을 올린 나나 나름 제법 인터넷이나 영상을 좀 다룰 줄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문제는 하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거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난 게임이 재미없어서 안 해 “

”나도 그래 “

”근데 그런 걸 해야 감을 잡고 따라갈 수 있는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그렇지만 영 당기질 않는 걸”     


이따금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 강연을 마치고 나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여지없이 자녀들이 너무 게임에만 빠져든다고 걱정과 질문을 쏟아낸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도, 캐릭터도 잘 모르는 채 미래 사회에 게임이 주는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해 준다. 

하지만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다.    

      

여기에 초고령 사회를 살아갈 깊은 고민이 자리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늘 자기가 사는 시대를 과도기라 부르며 앞선 세상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강변한다.


이는 특히 경영 컨설팅 회사들을 먹여 살리는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그들을

변화의 대리인(Change Agent)이라고 하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선사시대로부터 역사를 돌아보아도 이성이 아닌 감성적 기호가 단절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에 친구가 다시 제동을 건다     


“자네 지금도 진공관 앰프로 듣는 노래가 7080이네.. 혹, BTS 노래 중에 좋아하는 게 없나?  

   

”... “     


그렇구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건 디지털이어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세월이 가면 몸은 늙는다. 맘은 훨씬 더디 늙는 듯싶다.

.

.

.

어찌할 거나? (동년배의 의견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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