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병인양...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장교로 근무한 탓에 훈련 기간이 좀 길었고(5개월) 이때 배인 습관이 이후 회사 생활을 넘어 대학에 와서도 바꾸지 않았다.
문제는 정년 퇴임을 한 지금도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깬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이때부터 바빠진다.
늘 상 뭔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생산적인 삶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서 아침 식사와 간단한 밭 정리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9시 전에 책상 앞에 앉는다. 문제는 다시 여기서부터다.
뭘 하지? 세 가지다. 메일 확인, 글 쓰기 그리고 책 읽기.
은퇴 후니 메일 함은 열어봐야 광고성 스팸이 가득할 뿐 별 중요한 게 있을 리 없다. 사회생활 경험을 회고록 삼아 붙들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다. 일상생활도 수상록 삼아 써가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은퇴 전까지는 10여 권 가까이 책을 쓰고 또 그만큼의 책을 번역했다. 20여 권의 저 역서인 셈이다. 하지만 누가 본다고? 해서 시들하다. 문제는 그래도 여전히 컴퓨터를 켜고 워드 파일을 연다는 거다. 습관이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직장과 대학을 일관되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한 덕에 20년 직장 생활하는 동안 읽고 사모은 책들이 대학으로 옮긴 뒤 연구실에 비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요즘이야 외국 서적과 그 번역판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는 세상이지만 당시는 출장 가서 사 온 책들이 국내에 번역, 소개되려면 수년의 시차가 있던 시절이다. 해서 출장 갔다 돌아올 때면 으레 여행용 가방 하나를 더 들고 올만큼 책을 사 모았다. 개중에는 현업에서 당장 필요한 책들도 있었지만 이다음에 은퇴하고 나서 읽어야지 하는 시급하지 않은 서적들-뉴 에이지, 문화, 종교 등-도 꽤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은퇴할 즈음에는 근 만여 권에 가까운 장서를 모으게 됐고 이중 7~80%는 기증하거나 폐기 처분하고 전원주택으로 이사 올 때는 천여권 남짓만 챙겼다. 그리고 근 1년 남짓, 다시 수백 권이 쌓인다.
습관이다
부지런하기, 책 읽기, 글쓰기…
흔히 말하는 좋은 습관들이다.
하나 이들이 은퇴 후의 삶을 막는다. 텃밭을 가꾼다고 집 곁에 널찍한 공터를 장만했지만 한 해를 넘기기 전에 쑥대 밭이다. 운동을 한답시고 이런저런 기구를 사들이고 스포츠 센터에 가입했지만 생활 리듬에 들어오질 않는다.
습관 밖이다.
생각은 말과 행동을 지나 습관이 되고 끝내 그 사람의 인격을 형성한다.(윌리엄 제임스)
사람의 하루 활동 시간은 제한적이다.
기운이 줄어들고 행동이 느려지니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은퇴와 나이에 맞는 새로운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이제껏 갖고 있던 습관을 버려야 한다.
어찌할 것인가? 당신에게 방법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