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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Sep 07. 2022

인생 두 번 살기

선진국 데자 뷰

‘여교사, 고등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 제자와의 성 관계도 사건 사고가 되어 언론 보도를 오르내린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학창 시절 일간지에서 ‘해외 토픽’을 보며 자란 세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일들이 바다 건너 저 쪽에서는 일상으로 벌어진 던 시절이다.


취업을 하고 난생처음 해외 출장을 갔다.

 관광지를 지날 때의 일이다. 앞서 가는 일행 중에 중학생, 기껏해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아이들이 부모, 조부모들과 섞여 걸으며 서로의 뒷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입을 맞춘다.

이게 내가 신문이 아닌 실제로 목격한 최초의 문화 충격이다. 

하지만 순진한 눈에 이건 시작일 뿐 이후 십 수년간 세계를 다니면서 트랜스 잰더가 넘치는 방콕의 팟봉, 

스와핑의 거리 파리의 뽈로냐 공원 등 정말이지 희한한 꼴은 다 본 듯했다.

세상에 뭐 이런 희한한 세상이 있을까? 


죽었다 깨도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게야 싶었다. 

하지만 난 틀렸다.

데자 뷰라고나 할까? 


학생의 교사 폭력, 바바리 아저씨, 2~30년을 뛰어넘는 결혼, 30%를 넘어서는 이혼율…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다. 마치 본 영화를 또 보고 앉아 있는 느낌이다.


이 자리에선 이게 선진국 현상인지 아닌지 논 할 게재는 아니다.

그보다는 88 올림픽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적잖은 기성세대(특히 베이비 부머)들은 나 못지않게 이런 풍광을 목도하거나 경험했을 터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지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아직까지도 ‘라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시니어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중복적 상황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수평적 문화에 기반한 저들의 풍습이 수직적(가부장적, 권위적) 잔재가 짙게 남아 있는 우리 풍토에서 여하히 왜곡되어 변질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역시 개인적 경험이지만 젊어 알고 지내던 미국인 부부 중 아내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하니 남편은 밖에 나가서 그 나라 지도와 관광 안내 책자를 사다 준다. 

그 때는 신기했다. 

지금은 아내의 여행에 반대하지 않는 면은 유사하나 그 내용이 다르다. 

 이 대목에 선 일본의 ‘젖은 낙엽’이 떠 오른다. 이사 갈 때면 먼저 짐 차에 올라탄다는 남편들 이야기와 함께. 


글로벌리제이션은 겉으로는 닮아가지만 속으로는 곪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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