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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다가 죽다 Jan 24. 2023

배웅 없는 떠남

새벽길 떠나듯...


교환 교수로 중국 남쪽 어느 대학의 숙소에서 지낼 때의 기억이다.

새벽 기도 참석을 위해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나 가로등 불 빛으로 어스름한 교정을 가로지른다. 사위가 조용하게 멈춰 있다. 움직임 이라고는 나뿐인 듯싶다.

그때 불현듯 ‘아! 죽어서 이승을 떠날 때면 이렇지’싶은 생각이 든다. 누구도, 아무도 내게 관심두지 않는 상황에서 나만 홀로 길을 떠나는… 그럴 때 내 기분은 어떨까?

오래전 이사를 하고 처음 나간 교회의 연세 많으신 목사님 설교가 떠오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오는 새소리에 아, 하나님이 오늘도 나를 데려가지 않으시는구나.”하며 아쉬워하신다는 거다.

설교를 들으며 내심, 얼마나 당당하게 크리스천으로 살아오셨으면 저렇듯 당당하게 죽음을 기다리 실까? 좀 교만한 거 아냐? 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까? 예의 그 목사님이 다시 강대상에서 설교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려오는 새소리에 아, 하나님이 오늘도 나를 데려가지 않으셨구나.”하며 다행스러워하신다는 거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이 교회에 시무하다가 은퇴하신 원로 목사란다. 해서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설교를 하는..

그때의 느낌은 평생을 목회자로 살아오신 양반도 어느 때는 충만하고 또 어느 때는 부족한 양가적 고민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니 나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기억이다

그때의 기억이 새벽 기도 가는 길에 다시 떠 오른다. 모르겠다. 천국과 윤회 등에 관한 죽음 저 너머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나이 들어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빈번해지는 요즘이다. 해서 연구년 때의 기억도 오래전에 들은 설교도 뒤섞여 떠오르나 보다. 아니 그보다는 지난달에 독서 토론회에서 다룬 책(어떻게 죽을 것인가)이 빌미가 되었을 수도 있다. 여나 뭇 명으로 구성된 주로 6~70대가 모여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눈다. 허무감에서 아쉬움에 이르기까지 생각은 대략 비슷하다.

고령 사회를 처음 살아보는 세대로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그래서 참고할 게 없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서 몇 안 되는 장수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 한다. 

망설이지 말자, 사랑한다고 표현하자,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하자, 

해서 머잖아 배웅 없는 길을 떠날 때 아쉬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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