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다가 죽다 Dec 20. 2021

디데이는 언제일까?

생몰일시의 미확정

“예순은 되야 철이 든다.”

“75살까지는 점점 성장이 가능하다.”

그렇다. 백수를 넘긴 김형석 교수의 말씀이다.     


 우리는 지금 젊은 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그의 저서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년 초판)‘를 더이상 떠올리지 않는다. 다만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온전한 한 지식인으로 ’백년을 살아보니‘를 떳떳하게 외칠 수 있는 노익장으로 그를 기억하고 부러워할 뿐이다. 

 그가 젊은날 우리에게 사색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었다면 지금은 적어도 그만큼은 오래 살아야지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환갑에야 철이 들고 일흔다섯 살까지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호언은 오로지 명철한 인지능력을 간직한 백세 노인으로서만 가능하다. 그가 앞으로 2,30년을 더 장수한다면 철이 들 나이는 7~80으로, 성장 시기는 90을 지나 100세에 이른다고 연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간에 널리 기억되지는 않지만 나는 또 한 사람의 노인을 알고 있다. 

호서대학교를 세운 강석규 박사 얘기다. 그는 대학교수를 은퇴한지 30년이 되는 95세에 이런 고백을 한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 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 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2015년 10월, 향년 103세로 그는 영면한다.     

여기서 초고령사회의 선두주자인 우리의 고민은 시작된다.  

    

 저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디데이를 설정하고 세부 전략에 돌입한다. 

 하지만 나는 나의 디데이(Death Day)를 언제로 설정할 것인가? 최근 발표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세다. 공무원 연금 수급자의 수령은 대략 75세 정도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혹은 김형석 교수만큼 한 3~40년?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지탱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어쩔거나?

하여, 나는 옵니버스 플랜이란 생각에 이른다. 곧, 10년짜리, 20년짜리, 30년짜리로 구분해서 10년 단위로 은퇴후 계획을 세우되 서로 연속성을 갖게끔 하는거다. 

말처럼 쉽진않지만, 그런 궁리에 빠지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곁길로 샌 양자택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