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찾다가 죽다 Aug 09. 2023

시니어 해부학 3

애착인가 집착인가

얼마 전 여권 기간 만료가 가까워 갱신했다.  복수여권 26면은 5만 원, 58면은 5만 3천 원이란다 

3천 원만 더 내면 30쪽이나 더 준다… 이게 문제다. 막상 받아보니 너무 두껍다.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겠다고 여기저기 비자를 받으려면 넉넉해야 된다고 생각했는 데, 이 무슨 쓸데없는 과욕인가..


젊어 사흘이 멀다고 출장 다닐 때도 여권의 여백이 모자라 곤궁에 빠진 적은 없었다. 

입국 심사자가 이곳저곳 뒤지다가 영 빈자리가 없으면 앞 선 스탬프 위에 덧 찍어 줄지 언정 한 번도 문제 된 기억이 없었거늘 이 무슨 욕심인가


오늘, 그동안 쓰던 줄이 끊어져 인터넷으로 주문한 새 스마트 워치를 받았다. 

주목적은 시계인데 도무지 바탕에 시간과 날짜를 띄울 방법이 없다. 

궁리 끝에 앱을 깔고 블루투스를 연동시키고 오디오니 영상이니 이것저것 연결하다 보니 혈압, 맥박, 혈당, 음악, 전화… 기능이 많아도 너무 많다. 

난 그저 날짜와 시간, 좀 더 보태서 매일 걷는 걸음걸이면 족하다. 한데 똑 욕심을 부린 거다. 어디 그뿐인가. 바탕에 시간을 알리는 데 그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도 대부분 유료다 하나에 1불, 2불… 젊은이들은 이런 게 즐겁고 중요한 걸까? 모를 일이다


법정이었던가

모처럼 선물 받은 난 화분 하나로 출타할 때마다 신경이 쓰였는 데 도로 남에게 주고 나니 그토록 후련해졌다던 스님이.


나도 생각으로는 미니멀을 꿈꾼다. 하지만 이사 다닐 때면 혼자 사는 살림에 10톤 트럭이 부족하다. 이율배반적이다 못해 가증스럽기조차 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한 두 차례 덜어내려고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실제로 옷가지 건 책이건 은퇴 전과는 비할 바 없이 단출해졌다. 하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름 문화적 기억이랍시고 사 모은 스부니어들은 딱히 방법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 문화적 기억이라는 의미 부여 또한 남에겐 의미 없는 나 만의 욕심일 거란 생각이 일기 시작한다…. 가능성이 보인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후련하다.”

언제쯤 박경리 선생 같은 독백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시니어 해부학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