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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gGreeny Jul 19. 2022

우당탕 캐나다 나. 안. 임. 도전기 5

5. 함흥차사


3일이 지났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아니, 기다리기만 하면 ‘연락’이라는 것이 오기는 할까?


난 캐나다 의료 체제를 잘 모른다.

만약 내가 닥터 케이에게서 받은 ‘추천서’를 들고 직접 PCRM에 방문하여 제출하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사 면담을 받을 수 있는 거라면 이렇게까지 초조하고 불안하진 않았을 것 같다. 우리 패닥 리셉션 언니가 추천서를 잘 보내주었겠지만 약속한 3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제대로 보낸 거 맞을까? 말만 보낸다고 하고 안 보낸 거 아냐? 아님 추천서는 따로 보내는 거고 나도 직접 PCRM에 또 신청을 하고 기다려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냥 기다리는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이게 맞는 건지.. 초조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패치’가 장착되어 있던 나는 속이 터져버리는 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다시 패밀리 닥터 리셉션 언니에게 메일을 보냈다.


“3일이 지나도 아직 답변을 못 받았는데, 혹 추천서 보냈니? 아님 내가 여기에 직접 컨택해야 하는 거야?”


친절한 리셉션 언니는 다시 신속하게 답변을 주었다.

“내가 벌써 보냈는데 아직 연락을 못 받았어? 그럼 내가 다시 오늘 추천서를 보내줄게. 아마 거기가 바빠서 그러는 거 같은데 2~3일 내 다시 연락받을 수 있을 거야.

 아님 네가 직접 그곳에 전화해봐”


‘아, 기다리는 게 맞는 거였구나… 내가 직접 전화…?’

‘놉 (NOPE)’


난 마음을 다시 잡고 전화기를 내 몸에 항시 붙여놓으며 PCRM에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PCRM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규 환자 신청 및 공지사항에 대해 살펴봤다.


만약 패밀리 닥터의 추천서 없이 신규 신청을 하는 경우는 $100의 추가 요금이 들었다.

그 짧았던 5분 남짓 통화로 난 $100불을 세이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소가 내 입가에 살짝  머물려고 할 때쯤, 공지사항을 하나 보고 말았다.

 

[코로나로 인한 많은 환자 유입과 노동력 부족으로 지금 신청하면 7월 말쯤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가 2021년 4월 중순,

‘지금부터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Special Doctor (스페셜 닥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추천서를 받은 환자도 해당하는 건가?’

‘추천서를 받고 나한테 전화로 확인해 주는 것이 3개월 걸린다는 건가?’

‘아님, $100불 주고 추가로 신규 신청을 한 환자만 해당하는 건가?

‘그냥 확 전화로 물어보면 편할 텐데, 의학 영어 울렁증..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난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니, 기다리지 말고 메일로 PCRM에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4월 15일 : 패닥 리셉션 언니가 내 추천서를 PCRM으로 보내준 날.

4월 24일 : PCRM에서 나에게 답장을 보내준 날.


[답변 내용]

“네 추천서는 4/15일에 잘 받았어. 그런데 지금 우리가 너무 바빠서 3월에 추천서를 받은 환자들을 처리하고 있어. 너에게는 5월 15일 이후에 다시 연락을 줄게.”


기다림에 연속. 그래 한 달인데.. 기다려 보자. 나는 기다리는 것이 매우 즐거우니까..

그리고 5월 말이 되었고 약속했던 PCRM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


내용인 즉,

우선, PCRM Burnaby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규 등록을 위한 ‘Patient portal (환자 포털)’에 신규 회원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Special Doctor와 만남은 9월 14일에 잡아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그래 더, 기다려 보자.


그 뒤, 정말 열심히 받아 적긴 했지만 양보 없는 말 속도에 더는 따라가지 못하고 놓치는 내용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맘 편하게 메일로 다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말은 빠르지만 매우 친절했던 PCRM 리셉션 언니는 그렇게 해주기로 했으며,  

보내준 메일에는 전화로도 설명해 준 회원 포털 가입을 위한 링크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https://eivf.pacificfertility.ca/patientportal


회원등록을 한 뒤 내 포털에 들어가면 스페셜 의사와 만나기까지 약 4개월 동안 우리가 받아야 하는 여러 가지 검사들에 대한 처방전을 같이 볼 수 있다.

처방전은 프린트해서 각 각 그에 맞는 Clinic에 들고 가면 된다. 스페셜 닥터와 만남 전 받게 되는 모든 아래의 검사들은 모두 무료이다.

(단, MSP가 있을 경우)


[Life Labs]

1. 나의 추가 피검사 처방전.

2. 짝꿍이의 추가 피검사 (Hepatitis C, Hepbsag, HIV, Syphills, etc).

3. 짝꿍이의 정액검사 (Semen Analysis).

4. 임신 테스트 (소변검사)


[Radiology Clinic]

1. 나의 복부 초음파 (Pelvic Ultrasound) 처방전.

* 집 근처 가까운 곳으로 찾아서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X-Ray Clinic]

1. 나의 나팔관 조영술 (Hysterosalpingogram x-ray) 처방전.

* 검사가 가능한 병원 연락처가 포함된 리스트를 보내주는데, 가고 싶은 곳을 정해서 생리 첫째 날에 직접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나머지 검사들은 이해가 되었는데, 피검사를 받았는데 또 피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그리고 정액 검사를 받았는데 또 받아야 한다니… 뭐가 이리도 비 효율적인 걸까?

짝꿍이는 정액검사에 약간 노이로제가 걸린 거 같았다.


“저번에 받았는데.. 또 해야 해?”

“그러네… 내가 함 물어볼게…”


나는 PCRM리셉션 언니에게 저번에 패밀리 닥터가 처방전을 줘서 결과가 있을 텐데 정액검사를 또 해야 하는지 물었다.

다행히도 이미 테스트를 받았다면 패밀리 닥터 오피스에 직접 요청해서 결과를 받겠다고 했다.


짝꿍이는 매우 기뻐했다.


피검사들은 그냥 다시 받기로 했다.


자, 그럼 새로 받은 이 숙제들을 앞으로 4개월 동안 천천~히 받아볼까? 거참 스페셜한 의사님 만나 뵙기 왜 이렇게 힘들까?


‘공짜라 그런가….’


마음 한구석에 조용하게 자리 잡은 의구심을 숨긴 채, 참을성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참을 ‘인’ 자를 속으로 조용히 새기고 있을 때쯤, PCRM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내 담당의 Dr. Ken이 매우 바빠서 9월 14일이 아닌 두 달을 더해서,  11월 24일로 예약을 미뤄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하. 하. 하.


앞으로 6개월을 더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이 맞을 수도 있겠다. 스페셜 닥터 1년 기다리다가 돌아가시기도 한다는데..

1년도 아니고 6개월 안에 만나게 해 주겠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것인가!


훌륭하신 우리 조상님들의 주옥같은 말이 있다.

‘쇠 뿔도 단김에 빼라’


임신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그다음 단계로 척척척 넘어가야 하는데..

여긴 무슨 난임 병원 한번 방문하기 위해 반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문턱이라도 겨우 넘을 수 있다니..

캐나다가 선진국이라고 들었는데.. 뭔가 김이 한 꺼풀 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혹시 알아? 준비하는 동안 자연임신이 될 수도 있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앞으로 반년 동안 그들이 준 숙제들 천천히 해보자..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냥 앞으로의 몇 달을 자연임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절대로 캐나다 의료시스템이 더럽고 치사해서가 아니다.


그냥…

노력하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적’을 노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손을 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9월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하늘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맞다. 숙제가 있었지..?’


개학이 다가올 때쯤 생각난다는 방학숙제들..

나는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잃어버렸던 숙제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음.

[Royal Columbia Hospital 방문기 - HSG x-ray]

‘굴욕 의자’는 만국 여성 공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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