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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애비없는 불쌍한 새끼야?
5월, 삼우제가 끝나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자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은 나에게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 심정도 너 못지않다. 시댁에는 가야 한다."
나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어린 리아 손을 잡고
기차를 타고 D도시 시댁으로 향했습니다.
시댁에 도착해 리아를 형님에게 잠시 맡기고,
근처에 사시는 큰 형님 친구분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분은 공장의 물건들을 대만으로 수출했는데
남편이 대만 쪽과 연락을 도와주던 상황이었습니다.
받아야 할 물건 대금 500만 원 정도가 남아 있었지만
남편은 결국 마무리를 못하고 떠났습니다.
그분도 최근에는 사업이 잘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나는 내 처지를 이야기하다가, 또 울고 말았습니다.
그분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리아와 함께
그분 공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를 반겨주시고,
분위기 좋은 식당으로 데려가서 식사를 대접해 주셨던 그때.
그 따뜻했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시댁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이미 나가시고,
리아는 혼자 티브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리아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엄마, 나 애비 없이 불쌍한 새끼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올라오는 거 같았습니다.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니?"
"할머니가... 나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나를 안고 그렇게 말했어.
애비없는 불쌍한 새끼라고..."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리아야, 아니야.
너 불쌍한 아이가 아니야.
엄마가 있잖아.
엄마가 있는데 니가 왜 불쌍해?"
나는 리아 손을 잡고 집을 나왔습니다.
길 건너 버스 승강장에 앉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오열했습니다.
"리아야, 지금부터 엄마 말 잘 들어.
이제부터는 엄마하고 너, 둘 뿐이야.
아빠도, 큰 아빠도, 고모도, 아무도 없어.
우리 둘만 있는 거야. 우리 둘이 사는 거야.
이제 엄마는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거야.
다시는 안 올 거야."
인연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로 인해 맺어진 인연,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형님이라든지 그런 인연
그가 없으니 그 인연, 끊기로 했습니다.
내 딸이, 내 소중한 딸이
그 누구에게서도 '불쌍한 새끼'라는 소리를
다시는 듣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
당신 나 해방시켜 주려고 당신 먼저 떠난 거야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되더라고 그렇게 밖에는 ….
그러나,
당신 딸은 절대로 불쌍한 아이가 아니야 절대로….
내가 바로 서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내 딸이
불쌍한 아이가 될 것 같았습니다.
내가 바로 서야만이
저 아이가 불쌍하지 않게 자랄 거 같았습니다
내가 반드시 바로 서야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