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부제: 그래도 이건 아니지

by 초록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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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그래도 이건 아니지

부제: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아니지.

이건 아니지?


“살아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

거짓말이지?

정말이야? 정말 죽은 거냐고? 정말이냐고?

제발, 눈 좀 떠봐.

제발, 이야기 좀 해봐.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


“당신, 딸하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발 이야기 좀 해봐.

당신, 나한테 얘기해 주는 거 좋아하잖아.”


“늦게 들어온다고 뭐라고 안 할게.

커피 많이 마신다고 뭐라고 안 할게.

담배 피운다고 뭐라고 안 할게.

제발 좀… 제발 좀 나하고 이야기 좀 해봐.

나하고… 눈 좀 떠보라고.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나하고 이렇게 조금 살다가,

이렇게 허무하게 갈 거… 이건 아니었어.

당신, 하고 싶은 거 많았잖아.

당신, 아직도 해야 할 일 많잖아.”


“당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당신, 어떻게 눈을 감아…

내가 집에 도착할 시간에 5분만 늦어도

‘우리 집사람 혹시 들리지 않았냐’고

동네방네 전화하던 사람이잖아.”


“나 혼자 두면 걱정된다고,

옆에 두는 게 낫다고,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잖아.”


“우리 리아, 우아하게 키워서 시집보낸다고 그랬잖아.

남자친구 생기면 술도 먹여보고, 화투도 쳐보고,

어떤 놈인지 미리 알아봐야 한다고 그랬잖아.”


“어떻게 눈을 감니? 어떻게?

나보고 남편 없이 넌 하루도 못 살 거라고 그랬잖아.

마음이 놓이니? 걱정도 안 되니?

어떻게 이럴 수 있니?”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아니야, 아니야.

같이 가. 나도 같이 가. 같이 가자고…

나 혼자서 어떡하라고.

나 혼자서 어떡하라고…”


“나한테 한 약속, 다 거짓말이잖아.

당신, 약속 안 지키는 사람 제일 싫어하잖아.

왜 약속 안 지켜, 왜? 왜?”


“제발, 제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나하고 얘기 좀 해.

나하고 얘기 좀 하라고.

나, 어떡해야 하는지 얘기 좀 해봐.

아니, 꿈에서라도… 꿈속이라도 좋으니

제발, 나한테 얘기 좀 해봐. 제발… 제발…”


그를 화장하라고 했습니다.

제수씨는 젊으니 재혼하면 된다고...

사업이라고 한다고 너무 힘겹게,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그를

화장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니, 정말 예수님이 부활하신 것처럼

어쩌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적처럼, 그렇게… 살아올지도.

그래서 더욱 화장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그가 보고 싶을 때… 어디 가냐고.

안 된다고. 화장은 죽어도 안 된다고…”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절규해도,

그렇게 간절히 바래도…


그는 다시 일어나질 않습니다.

다시는,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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