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구마를 사다 놓고 먹지 못한 채 잊고 있었다.
어느 날 고구마를 삶아볼까 하고 보니 그중 한 녀석이 싹이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빈 유리병을 찾아 물을 채우고, 이쑤시개로 지지대를 만들어 물병에 담가 주면서 싹이 오르길 기다렸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록 싹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혹시 주방 쪽이 추워서인가 싶어 다시 거실 창 앞으로 옮겨다 놓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록 싹이 더 이상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녀석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아무 기대도 없이 보니, 그사이에 싹들이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그 순간 괜히 마음이 찡했다.
추운 겨울인데도,
아무도 돌보지 않았는데도
자기 혼자서 이렇게 다시 싹을 틔운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가만히 다시 들여다보니
싹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올라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얘는 왜 이리 싹도 안 피우나 하고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그사이에도 녀석은 안에서 부지런히
혼자서 싹을 틔우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무던히 싹을 틔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눈길을 주든 말든,
스스로 그렇게 묵묵히 애를 쓰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싹을 틔우나 하고 조바심치며 바라보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이렇게 예쁜 잎들을 뽐내며 자라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부족한 나의 인내심이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렇다.
지나고 나서 뒤돌아보니
그렇게 모든 일들이 때가 되면 일어나게 되고,
사람도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멀어지기도 하고,
그런 것인데...
그게 살아가는 모습인데...
오늘 나 혼자서 싹이 올라오길 기다리다 잊어버린 이 작은 고구마가
오전 햇살 아래서 싹을 틔운 모습을 보며
나는 또 조급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있다.
지금은 추운 겨울날들이지만
아직도 많은 고구마들이
저마다의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가슴 뭉클해지는 시간이다.
이미 저 안에서는
새로운 잎들을 키워 내려고 자라고 있는 것이다.